박홍근 “閔, 대의적 결단했던것” 원내대표 임기 하루 남기고 의결 당내서 “부끄러움 몰라” 비판 국힘-정의당 “꼼수 자인한 꼴”… 재산 축소신고 김홍걸도 복당 의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발표하며 “여당의 법안 심사권에 제한이 가해졌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당시 원내대표로서 거듭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최고위에 참석한 박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오른쪽부터).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6일 지난해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전격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내년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가뜩이나 ‘돈봉투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데에 이어 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더 커졌다는 것. 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의당과 시민단체에서도 “꼼수를 자인한 꼴”이라며 민주당을 향한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특히 앞서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만큼 “헌재 판단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박홍근 “민형배, 대의적 결단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판결이 이미 나온 만큼 민주당은 헌재로부터 지적된 부족한 점은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내에선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원내사령탑을 맡았던 박 원내대표가 임기가 끝나기 전 ‘결자해지’하는 식으로 민 의원의 복당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주문이 빗발쳤다. 28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 판단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뒤집는 유례없는 집권세력의 몽니에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고 민 의원을 옹호하기도 했다.
● 非明 “반성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없어”
당내에선 즉각 비판이 터져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며 “헌재로부터 중대한 흠이 있다고 지적받았던 꼼수 탈당 장본인을 복당시키는 건 결국 민주주의와 국회법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당 지도부는 심상치 않은 당내 반발이 27일 본회의에서 예정된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특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169석)과 정의당(6석) 야당 성향의 의원 7명을 더하면 총 182석인 상황. 한 관계자는 “이번 복당 결정이 특검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식과 양심마저 내팽개쳤다”고 총공세에 나섰다. 강사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과나 반성도 없는 민 의원의 뻔뻔한 귀가”라고 했고,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을 속이고 헌법재판소를 속인 위장 탈당 쇼의 결말”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전날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도 ‘위장 탈당’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런 식이면 송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서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다”고 했다.
정의당도 “위장 탈당이 맞았음을 고백하는 꼴”이라고 가세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도 문제”라며 “집 나간 자식을 다시 품는 듯한 태도에선 민 의원이 초래한 사태에 대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