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Rolex)는 매장에서 공기만 판다’는 얘기가 있던데, 정말 백화점에 가보니 원하는 시계 모델을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는 “예물 시계를 사러 롤렉스 매장에 갔지만 아무 것도 못 샀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몇 년 전부터 롤렉스 시계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인기 제품이 매장에 진열되는 즉시 팔리기 때문이다.
롤렉스 시계는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중고 제품이 매장가보다 10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봄 웨딩 시즌을 앞두고 이런 현상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롤렉스 시계 중고 가격은 매장 가격보다 여전히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롤렉스의 인기 모델인 ‘서브마리너’의 논데이트(Ref. 124060) 모델은 글로벌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에서 신제품 기준 약 1800만~1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매장 가격인 1169만원보다 약 60% 높다.
예전보다 구매자가 줄었지만, 롤렉스 시계 공급량이 아직도 소비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롤렉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오픈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나 선착순 40명만 신청할 수 있는 전화 예약, 전날 저녁에 대기표를 받고 순차 호출하는 전일 예약제 등을 활용해야 한다.
롤렉스 채널마다 유통사가 달라 자신이 가려는 매장의 입장 방법을 파악해야 하는 점도 소비자 피로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롤렉스 본사의 국내 법인 ‘한국로렉스’가 선정한 9개 유통사가 각자 다른 채널에 시계를 유통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중고 명품 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롤렉스를 보유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중고 명품 백화점 ‘캉카스(KANGKAS) 강남 메종’ 로비는 평일에도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소비자들로 가득 찼다.
지하 1층 하이엔드 시계 코너에서 만난 캉카스의 시계 감정사 A씨는 “매장에 가도 원하는 시계를 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기존에 사려던 모델과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에선 매주 전시한 롤렉스 시계 400여점 중 약 30%가 판매된다.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 모델이 빠르게 매진되자 최근엔 중고 매장 오픈런까지 생겼다.
이날 롤렉스를 보러 온 한 소비자는 “매장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돼 로비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뒤 매장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요즘엔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 착용해보지도 않고 명품 시계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1000만원이 넘는 제품은 직접 인증·확인해 보고 사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으로 보복 소비가 줄어들면서 롤렉스 등 명품 인기도 인기도 시들해질 것이란 일부 예상과 달리 여전히 개인 간 거래를 비롯한 중고 매매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