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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미정상회담 큰 실망…워싱턴선언에 북·중·러 웃을 것”

입력 | 2023-04-27 13:59:00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한미정상회담의 초라한 성적표는 큰 실망”이라며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첫째, 경제적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Chips법과 IRA가 우리 기업들에게 가하는 차별과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우리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무역, 투자를 계속할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 성과가 없었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삼성, SK 등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공장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제재 받을 경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을 자제해야 한다는 황당한 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또 “둘째, 북핵 대응은 화려한 수사뿐이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게임체인저는 없었다. 우리 국민의 76.6%가 독자 핵무장을 원합니다.(2022.12 갤럽) 2016년에는 52.5%가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는데, 6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북핵을 진짜 억제할 획기적인 게임체인저를 가져야 할 절박성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워싱턴 선언’은 기존의 핵우산, 확장억제에 화려한 수사만 덧붙인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핵협의그룹(NCG)의 consultative(협의)는 NATO의 핵기획그룹(NPG)의 planning(기획)보다 못하다. 기존에 이미 해오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본질이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NATO는 5개 회원국에 B-61 핵폭탄 150~200여발을 배치했는데, 우리는 핵무기가 없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정례적으로 온다지만 며칠 있다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워싱턴 선언은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한다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신뢰하지 못한다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완전히 신뢰하는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는 선언은 충격이다. 한미는 동맹으로서 북핵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핵우산과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것인데, 한국이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의존’(enduring reliance)한다는 것은 동맹 간에 쓸 수 없는 무례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지속적 의존’에 대한 대가로 윤석열 대통령은 NPT 의무를 약속하고 한미원자력협정 준수를 재확인함으로써 독자 핵개발의 가능성을 스스로 완벽하게 차단해버렸다. 일본과 똑같은 재처리와 농축, 호주와 똑같은 핵잠수함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불과 석 달 전 대통령 스스로 독자 핵개발 가능성은 왜 말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워싱턴 선언은 NATO식 핵공유도 아니고, 전술핵 재배치도 아니고, 독자 핵개발도 아니다. 오랫동안 한미가 상투적으로 말해왔던 핵우산, 확장억제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워싱턴 선언은 과거와 다르다. 많이 다르다’고 윤석열 대통령은 말했다. 오랫동안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개발이라는 대북 게임체인저를 주창해왔던 저의 눈에는 워싱턴 선언이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구소련의 해체 시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게 핵 포기를 종용하고 그 대신 우크라이나의 영토, 독립, 안전을 보장한 부다페스트 각서(Budafest Memorandum, 1994)는 28년 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각서의 장본인이 바로 미국, 러시아, 영국이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내주고 종이로 안전을 보장 받으려는 통한의 실수를 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우리에게 부다페스트 각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 중국, 러시아는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라며 “워싱턴 선언으로 끝났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는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확보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계속해야만 우리의 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