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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성형외과 절반은 전문의 없는 의원”[횡설수설/이진영]

입력 | 2023-04-27 21:30:00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성인 남녀 10명 중 1명, 30대 여성은 10명 중 3명이 성형수술 유경험자다. 눈 코 입을 포함한 15개 신체 부위에 134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부위별 시술법과 보형물의 종류에 따라 세분하면 시술 방법은 940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자기 몸을 맡기면서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의사를 고소한 최모 씨(44)도 그런 사례다.

▷최 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 A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후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원래 코 수술을 하러 갔는데 눈과 팔자주름 수술까지 같이 하면 효과가 좋다는 말에 그리했다가 부작용이 생겼다. 알고 보니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었다. 병원 내부에 ‘○○○ 성형외과’로 돼 있어 전문의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의료법에 따라 병·의원 외부 간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으면 ‘홍길동 성형외과 의원’, 없으면 ‘홍길동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로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 내부 표기에 대해선 따로 규정이 없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의원은 약 1100곳, 없는 의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우선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를 따고도 전공과목 간판을 포기하고 일반의처럼 ‘홍길동의원’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다른 과 진료를 보는 의원이 6000곳이다. 이 중 절반만 잡아도 성형외과 전문의 없는 의원이 3000곳이 된다. 여기에 일반의 신분으로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의원들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의료계에선 서울 강남 성형외과 중 절반은 전문의 없는 의원으로 본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성형외과는 25개 진료과목 중 분쟁조정 신청이 5번째로 많다. 흉터, 염증, 신경 손상, 비대칭 등을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전문의가 아닌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1년에 70명 남짓 배출되는 성형외과 전문의라야 얼굴 구조와 해부학에 익숙해 믿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꼭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손기술이 좋은 의사가 많다는 반론도 있다.

▷국내 의사 10명 중 8명은 전문의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의사들은 4, 5년 고생해서 전문의 자격을 따는 대신 미용 성형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올해 전문의 합격자는 2807명으로 10년 전보다 500명이나 줄었다. 성형외과 전문의 아닌 성형하는 의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의원 외부 간판만 잘 봐도 전문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명찰로 확인해도 된다. 의료법에 따라 의사는 명찰을 달아야 하는데 ‘성형외과 의사 홍길동’은 성형외과 전문의만 달 수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