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상태에 가까운 ‘비뉴턴 유체’ 빠른 힘 가하면 단단하게 뭉쳐져… 특성 활용해 과속방지턱 만들기도 수은-갈륨 등 녹는점 낮은 액체 금속 모양 바꿀 수 있는 전자회로에 활용
말캉말캉 몰랑몰랑! 이 장난감의 이름은 슬라임(Slime)이에요. 만지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죠. 액체 같기도, 고체 같기도 한 슬라임의 원리와 다양한 활용을 소개합니다.
● 고체-액체 성질 모두 가진 슬라임
자석을 가까이 대자 자성을 가진 슬라임이 자석을 향해 뻗어 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과학 사이트 더원더오브사이언스 홈페이지
이 화합물은 그물처럼 긴 사슬로 연결되어 있어요. 사슬 속의 빈 공간으로 물이 들어가면 사슬이 물을 가둬 준답니다. 손으로 잡아당기면 쉽게 밀리면서 형태가 변하지만 액체처럼 흐르지는 않지요.
친환경 목욕용 슬라임 개발 기업 케피의 강성호 연구소장은 “PVA가 수분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보통 슬라임을 갖고 놀다 보면 피부 장벽을 이루는 수분을 앗아간다”며 “사람들의 피부에 오히려 보습 효과가 있는 슬라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케피의 슬라임은 미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에서 나오는 점액과 샴푸에 들어가는 화장품 성분을 섞어 만든 목욕 제품입니다.
● 슬라임으로 만든 과속방지턱
연구팀이 전분으로 만든 과속방지턱 위를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 봤더니 덜컹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KIST 제공
연구팀은 비뉴턴 유체의 특성을 이용해 과속방지턱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과속방지턱은 자동차가 천천히 지나갈 때도 충격이 많이 발생해서 탑승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소음이 발생합니다. 슬라임으로 만든 과속방지턱은 자동차가 느린 속도로 지나가면 액체처럼 부드럽게 퍼져 평평해져요. 반대로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이 위를 지나가면 과속방지턱이 고체처럼 뭉쳐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되지요.
● 간병 로봇 등에도 활용 가능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T-1000은 액체 금속으로 이루어진 로봇입니다. 영화 속에서 마음대로 겉모습을 바꾸며 주인공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히지요. T-1000을 이루는 액체 금속이 겉모습을 바꿀 수 있는 비밀은 녹는점에 있어요. 수은이나 갈륨 등의 액체 금속은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폴더블폰(접을 수 있는 휴대전화)이나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안테나 등 전기가 통하면서도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전자회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액체 금속은 상온에서 액체지만, 바깥층에 산화막이 있어 물방울처럼 응집해 있습니다. 이렇게 물방울로 모여 있으면 흩어지는 것이 쉽지 않아 다른 물질에 코팅시키는 것이 어렵지요.
연구팀은 구리 기판에 액체 금속의 한 종류인 갈륨 방울을 올려놓고 염산 증기에 노출시켰어요. 그러자 갈륨 겉에 있던 산화 막이 염산 증기에 반응하며 녹아내렸지요. 그 결과 액체 금속이 구리 기판을 적시며 얇게 코팅시켰어요. 갈륨(액체 금속)이 구리 기판에 잘 흡수되는 이유는 갈륨과 구리가 친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구리 기판의 표면에 미세한 기둥들을 세웠어요. 갈륨이 젖어들 때 이 기둥 사이로 흘러갑니다. 이때 기둥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지요. 모세관 현상은 가느다란 관을 따라 액체의 분자들이 끌려가며 이동하는 현상이지요. 미세 기둥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면 원하는 곳에만 갈륨을 코팅할 수 있답니다. 소 연구원은 “앞으로 사람과 접촉하는 간병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효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obyne9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