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4.7 뉴스1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이 원인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분기 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삼성전자는 1분기 중 반도체 시설에만 10조 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초격차 경쟁력 확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1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13조73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6조8700억 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1년 전 8조4500억 원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4조5800억 원 적자로 돌아서 무려 13조 원이나 악화됐다. 반도체 불황은 2분기에도 계속되고 있고, 빨라야 3분기에나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수출품의 부진으로 한국의 무역수지 정상화도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설에 1분기에만 9조8000억 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연구개발(R&D)에도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6조5800억 원을 투자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칠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판세를 바꿨던 삼성전자의 투자 본능이 이번에도 작동하고 있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로 짜여져 한 분야가 부진할 때 다른 분야가 약진하면서 실적을 견인하는 삼성전자의 ‘황금 포트폴리오’가 공격적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에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가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합심해 삼성전자 앞에 놓인 국내외의 걸림돌들을 치워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