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제품.
김도형 기자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도로와 맞닿는 유일한 부품이다. 중형차 기준으로 1.5t에 이르는 중량을 버티면서,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기능을 직접 구현한다. 차의 주행 성능은 물론 승차감과 안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2021년 겨울. 갑작스러운 눈에 독일 수입차 상당수가 서울 강남구에서 낮은 언덕조차 오르지 못한 채 방치된 원인도 실은 타이어였다. 고속주행에 강점을 가진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를 끼운 채로 출고된 독일차 차주들이 월동 준비를 제대로 안 했던 것이다.
전기차 전환은 타이어에도 많은 것을 요구한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대표적인 과제는 바퀴가 구를 때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타이어의 ‘구름저항(RRC)’을 낮추면 동일한 에너지로 더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다. 내연기관차라면 연비가, 전기차라면 전비가 좋아지는 것이다.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주요한 스펙이기 때문에 구름저항 향상이 곧 경쟁력이 됐다.
전기차의 중량도 고민거리다. 무거운 배터리를 깔고 있는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20%가량 더 무겁다. 중량 때문에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승차감 측면에서도 전기차는 불리하다. 자연스레 전기차 타이어에는 무거운 차체를 버티면서 승차감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심지어는 소음을 줄이라는 숙제까지 더해진다. 전동모터로 달리는 전기차는 엔진음이 상수였던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조용하다. 탑승자가 타이어의 노면 마찰음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과제들은 타이어 업계의 숙원이라 할 만하다. 구름저항은 낮은데 접지력은 뛰어나고 잘 마모되지 않으면서 소음까지 잡은 타이어. 꼭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이상적인 타이어다. 하지만 타이어 업계는 이런 과제들 사이에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다고 설명해 왔다. 물리적으로 봤을 때 구름저항을 줄이면 접지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기차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타이어에는 이런 벽을 뛰어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타이어의 구조 설계를 바꾸는 것에 더해서 타이어 소재인 ‘컴파운드’를 고급화하고 타이어 내부에는 흡음재를 추가하는 방향이다. 고무에 값비싼 고분자 물질을 더한 콤파운드를 활용하고 흡음재까지 넣으면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10∼20%가량 더 비싸졌다. 타이어 성능 간의 트레이드 오프가 전기차 시대에는 가격과 성능 사이의 줄다리기로 바뀌는 셈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