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3년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봄 외출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동네 공원 등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천사들이 보인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도 필자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필자의 막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총인원이 새 학기 들어 줄었는가 하면 20년 넘게 운영해왔던 동네 어린이집이 폐원했다. 반면 우리 동네에 있는 보라매공원을 낮에 찾으면 발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어르신들로 붐빈다.
옛날에는 저출산 고령화 하면 일본을 떠올리기 쉬웠지만 이젠 한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 같다. 국가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1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전혀 다른 국가가 돼 가고 있다. 한국은 필자에게 소중한 곳이고, 특히 필자의 배우자와 자녀는 대한국민 국민이기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심각한데 한국 정부의 대책을 보면 ‘왜 저러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과연 뭐가 문제일까. 왜 한국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을까. 물론 개인마다 사유와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안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결혼과 자녀를 포기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주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결혼 생활을 1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내 집이 없다. 배우자와 함께 성실히 맞벌이를 해왔지만 한국에서 내 집 마련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과 자녀 문제는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낳은 자녀를 국가가 왜 책임져야 하느냐 등 문제를 제기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저출산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에 정부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한국이 이렇게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과거, 그리고 현재 정치인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국가는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물가 대비 오르지 않는 월급이 결혼과 자녀를 포기하게 만드는 큰 이유인 것 같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경각심이 적은 것 같다. 만약 필자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자녀 수에 따른 은행 이자 감면 제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출 이자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다른 실효성이 적은 저출산 정책 비용은 줄이고, 은행의 손실 부분을 메워주면 어떨까.
물론 현재도 여러 현금성 지원 방안은 있다. 자녀 수에 따른 지원금이나 축하금이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계속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정부는 그 효과를 먼저 면밀히 조사하고 공개해야 할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저출산 정책으론 우리의 미래가 밝아지기 어렵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