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언차티드’
수년간의 실패 끝에 게임 IP를 활용하는 할리우드의 끈질긴 노력이 최근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2편 제작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거대한 원작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팬들의 우려와 달리 게임 및 영화 팬들은 물론 평론가들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26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앞서 미국 등지에서 먼저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게임 IP 영화로서는 역대급 흥행 성적을 내며 올해 전 세계에서 흥행 영화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영화 ‘슈퍼마이로 브라더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치 공주 대작전!’, 1993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게임 IP 영화 역사에서 ‘슈퍼마리오’가 차지하는 위치
닌텐도의 대표 비디오 게임 ‘슈퍼마리오’ 시리즈 IP을 기반으로 크리스 프랫, 안야 테일러 조이, 잭 블랙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미일합작 애니메이션인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4월 5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개봉해 25일까지 북미에서만 4억4405 달러, 전 세계에서 8억921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올해 글로벌 흥행 2위에 올라 있는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흥행 수익 4억7452만 달러를 벌어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슈퍼마리오’는 게임 IP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이번 영화가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 IP 영화의 시작을 ‘슈퍼마리오’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개봉한 최초의 게임 IP 영화는 1986년에 일본에서만 상영된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치 공주 대작전!’이며 게임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최초의 실사 영화는 11993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다. 밥 홉킨스와 존 레귀자모가 주연한 영화는 당시 나름 엄청난 제작비로 제작 단계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내용부터 비주얼까지 원작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도 못한 실패작으로 평가받으며 흥행에도 참패했다.
위쪽부터 HBO max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원작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HBO max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역사상 최고의 게임 IP 영상물
영화가 전부가 아니다. 게임 기반 드라마도 있다. 특히 올해 1월 HBO max에서 공개된 2013년 발매된 동명의 콘솔게임 명작을 기반으로 한 9부작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게임 IP 영상믈을 통틀터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드라마는 정체불명의 팬데믹으로 인류 대다수가 죽거나 괴생명체가 되어버린 근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디스토피아물로 페드로 파스칼, 벨라 램지 등이 주연했다.오픈 당일 미국에서만 470만 명이 시청했다. 이는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 이어 HBO 드라마 역대 2위의 오프닝 스코어다. 이틀 만에 1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두 달 동안 무려 4000만 명이 드라마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와 원작 게임 ‘배틀 그라운드’
○웹툰·웹소설 IP 포화상태인 한국은?
한국은 할리우드에서 게임 IP를 영상화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분위기가 다르다. 콘텐츠 업계에서 웬만한 웹툰·웹소설의 IP는 이미 영상화 계약이 체결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웹툰·웹소설의 IP는 불티나게 팔려 잇달아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있지만 게임 IP는 아직 적극적으로 영상화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2021년 10월 국산 인기 호러 어드벤쳐 게임인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IP를 기반으로 한 강찬희·박유나 주연의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가 개봉하긴 했으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원작을 마음대로 변용한 각색에 게임 팬들은 철저하게 등을 돌렸고 처참한 완성도에 일반 관객들도 외면했다. 관객 1만 명을 겨우 넘었다.
다만 최근 국내 게임 회사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투자하는 등 영상 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국산 게임 IP 기반의 영상물 개발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넥슨은 “게임사도 필수적인 스토리텔링 IP 확보가 중요하게 됐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게임을 비롯해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최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영화 ‘리바운드’에 투자했고 올 초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또한 자사의 모바일 ‘브루 아카이브’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