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 박수영 의원.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여론의 추이와 각 지역의 민심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단순한 정당, 후보 지지도 조사를 뛰어 넘어 각 지역 유권자들의 정책 선호도와 세부 지역별 여론 추이, 후보자별 적합도 등을 파악해 내년 총선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 여연, 내년 총선 때 빅데이터 적극 활용 방침
28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여연은 내년 총선의 공천은 물론 당과 지역구 후보 선거운동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빅데이터를 통해 각 후보자의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여연의 여론조사만 활용해 후보자 간 경선과 공천이 이뤄졌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더 세분화 된 데이터를 가지고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여연 관계자는 “빅데이터로 후보자 적합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언론 보도,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급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계량화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경선은 물론 지역구별 맞춤형 공약 수립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복안이다. 당 차원의 전국적인 공약도 필요하지만, 지역 커뮤니티 등의 여론을 종합해 각 지역구별 밀착형 공약을 내놓겠다는 것. 이에 따라 여연은 최근 빅데이터실을 신설하고 페이스북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관련 조직 확대에 나섰다.
● 지지율 여론조사 중단하고 ‘메타 분석’ 집중
또 여연은 빅데이터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통상 주간 단위로 진행되던 자체적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조사와, 당 지지율 조사 등은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여론조사 기관들이 주간 단위 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메타 분석’해 추세를 파악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메타 분석’은 각 기관 여론조사 결과를 성별, 연령, 지역 등 세부 변인들을 상세하게 분석한 후 종합하는 작업이다. 이런 여연의 변화는 3·9 대선의 예측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대선 직전 여연은 10% 포인트 격차로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표 결과 윤 대통령은 0.73% 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한 여권 인사는 “여연이 정확한 분석과 예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건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고도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