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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10대 정신건강…청소년 우울증(1)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진행 중인 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과는 다소 증상이 다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한 반에 3, 4명은 심한 우울증
우울증은 어른들만의 병이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대인관계 갈등 등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는 많은 청소년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고립감이 심해진 영향도 크다. 2021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만 13~18세 청소년 570명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중증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청소년은 14.2%나 됐다. 한 학급에 3, 4명은 심한 우울증이란 얘기다. 남학생 12.5%, 여학생 15.9%로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자료: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단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우울증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익명 계정(일명 ‘우울계’)들. 인스타그램 캡처
청소년 우울증, 성인과 뭐가 다를까?
신체와 정신의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청소년은 성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상 떠올리는 우울증 증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활동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일시적으로 활기가 돌기도 해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청소년 우울증은 지속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성인 우울증과 달리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동아일보 DB
또래 관계 등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도 청소년 우울증의 특징이다. 겉은 멀쩡한 척 웃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 이에 해당한다. 이유 없이 평소보다 짜증이 늘고, 비행, 중독 문제가 생겼다면 내면에 우울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 신호·화를 잘 내고 짜증이 많아졌을 때
·식사를 잘하지 않거나 잠을 못 잘 때
·비행 문제가 생길 때(비행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술, 담배 등의 빈도가 증가할 때)
·기분 변화가 심할 때
·자기 비관적인 사고를 많이 할 때
·만사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
·죽음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할 때
학업으로 인한 번아웃과는 달라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학업 소진(Burn-out)이 오는 경우도 우울증과 비슷하게 피로감 호소, 집중력 저하 등이 생긴다. 번아웃은 심지가 다 타버려 재만 남은 것처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에너지가 전부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 정신적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열심히 공부한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여기저기 아픈 신체 증상과 함께 무기력감이 찾아올 수 있다.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에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도 한다. 번아웃은 지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증후군(syndrome)’으로 우울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과 번아웃이 함께 오거나 번아웃이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평소 만성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관리가 필요하다.
자녀가 우울해 보일 때 어떻게 접근할까
예민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 자녀의 정신건강 상태를 섣불리 판단하고 심리상담이나 병원 치료 등 해결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원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소아정신과) 교수는 한 달 이상 충분히 자녀를 관찰한 뒤에 대화를 시도할 것을 권한다. “엄마(아빠)가 한두 달 전부터 지켜봤는데…”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에게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상태를 지켜봐 줬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심리상담, 치료에 긍정적으로 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녀에게 사전 설명 없이 갑자기 병원에 데리고 오는 사례도 있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접근은 거부감이 생겨 반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춘기적 반항, 일상적인 짜증을 청소년 우울증과 구별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우울하거나 짜증 내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식사나 수면 문제, 기분 변화, 대인관계 기피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