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위기에 더 주목받는 ‘주얼리테크’의 세계 실리콘밸리은행발 은행 위기로 안전자산인 보석 투자에 관심 커져 일반인까지 1캐럿 다이아에 관심… 제한적인 공급으로 가격 변동 낮고 증여세 없어 상속 수단으로 매력… 보석 ‘쪼개기 투자’도 가능해져
울 강남구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주얼리테크 세미나 초대전’ 참가자들이 다이아몬드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색 다이아몬드 등이 소개됐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이날 열린 ‘주얼리테크 세미나 초대전’의 큐레이션을 맡은 김손비야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가 참가자들을 향해 질문했다. 20여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 “핑크” “청(靑) 다이아” 등 답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김 겸임교수는 “가장 희귀한 다이아몬드는 붉은 색상”이라며 “블루, 핑크 다이아몬드도 하이엔드 다이아몬드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세미나에서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색 다이아몬드가 소개됐다. 강사로 나선 신혜정 팍스컨설팅 대표는 부의 수단이면서 휴대성이 좋은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의 특징을 “주머니 속의 부동산”에 비유했다.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보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 등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보석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을 도입함에 따라 보석 조각투자의 길이 열린다는 점도 주얼리테크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일반 투자자들도 금, 은은 물론이고 백금, 다이아몬드로 투자 폭을 넓혀 가고 있다.
● 침체 때 빛 발하는 ‘보석투자’
서울 강남구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주얼리테크 세미나 초대전’ 참가자들이 다이아몬드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색 다이아몬드 등이 소개됐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여기에 최상급 보석을 보유할 경우 절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매년 보유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과 달리 보석은 구매 이후에는 별도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증여세, 상속세 등을 피하기 위한 재산 상속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이렇듯 확대되는 보석 시장의 최상위 주자는 단연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다. 미국보석학회(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 제출되는 다이아몬드 중 유색 다이아몬드로 분류되는 것은 3% 미만일 정도다. 이 때문에 유색 다이아몬드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최상위 경매인 ‘매그니피슨트 주얼스(Magnificent Jewels)’에서 낙찰가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 다이아몬드 ‘드 비어스 컬리넌 블루’는 지난해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가인 4800만 달러(약 641억 원)를 뛰어넘는 5750만 달러(약 768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윌리엄슨 핑크 스타’가 5770만 달러(약 771억 원)에 낙찰된 후 영국 보석회사 77다이아몬드의 토비아스 코마인드 전무이사는 “불안정한 경제 속에서 다이아몬드의 회복력을 보여 주는 놀라운 결과”라며 “세계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 중 일부는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2배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 대중화되는 주얼리테크
일반 소비자들도 다이아몬드 등을 중심으로 점차 보석 투자에 눈을 떠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귀금속업체 관계자는 “SI2(투명도 등급)의 1캐럿 다이아몬드는 사고팔 때 큰 차이가 없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환금성을 원하는 분들은 저렴하게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다이아몬드 투자를 원할 경우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예물로 자주 쓰이는 3∼5부 다이아는 사고팔 때 가격 차이가 크다. 합성 다이아몬드의 보편화 등으로 희소성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결혼인구 감소, 예물 간소화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3∼5부 다이아몬드를 재판매해서 이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비싼 다이아몬드일수록 가격은 덜 떨어지고,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유한 다이아몬드를 되팔 생각이 있다면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높지만 다이아몬드끼리 부딪쳤을 경우 깨지거나 금이 가 투명도나 연마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감정서가 없는 경우 새로 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감정서를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보석에 선뜻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펀드 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증가하며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등의 보석 브랜드를 소유한 리치몬트그룹에 투자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 상장지수펀드(ETF)는 26일 마감 기준 지난해 말보다 27.3% 올랐다. 명품을 테마로 한 공모형 펀드 수익률 역시 상승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 제도화에 나서면서 보석과 귀금속에 대한 ‘조각 투자’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T는 보석, 부동산, 미술품 등 고가 실물자산의 권리를 쪼개 ‘토큰화’한 뒤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하나증권은 코스닥 상장사 아이티센과 금·은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현물이나 관련 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ST가 발행되면 투자자들이 귀금속을 쪼개서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정윤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매니저는 “토큰 증권의 도입으로 고가의 보석에 조각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투자 영역이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