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취임후 ‘발야구’ 강조 9개팀 성공률 74%보다 낮지만 “상대투수 흔들어 흐름 바꾼다” LG, 주루사도 10개팀중 최다… 부상 위험-체력 유지가 관건
프로야구 LG 타자들은 올 시즌 출루만 했다 하면 도루를 준비한다. 발이 빠른 타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심 타자 김현수,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도 예외가 아니다. LG 지휘봉을 새로 잡은 염경엽 LG 감독이 시즌 개막 전부터 공언한 ‘뛰는 야구’를 실천하면서다.
LG 선수들은 27일까지 치른 23경기에서 도루를 모두 61번 시도했다. 한 경기당 2.7개꼴이다. 도루 시도 2위인 NC(23경기 34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도루를 가장 적게 시도한 KT(20경기 9개)보다는 경기당 평균 6배 가까이 많이 뛰었다.
하지만 LG의 뛰는 야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염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지금 도루 성공률이 60%가 나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상대 팀이 많은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 투수들은 주자를 의식하다 보니 평소보다 빨리 던지려 한다. 타자에게만 100% 집중하는 투수보다 주자를 신경 쓰는 투수의 실투 확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LG는 도루뿐 아니라 팀 타율(0.296), 팀 볼넷(114개) 등에서도 1위다. 득점권 타율 역시 0.343으로 10개 팀 중 가장 높다. 이 모든 게 도루 시도를 많이 한 효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투수들이 LG 타자들을 상대할 때 신경을 더 쓰는 건 사실이다. 수도권 팀의 한 투수 코치는 “빠른 주자가 나가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투수들은 슬라이드 스텝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기 공을 제대로 못 던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루는 성공 여부에 따라 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양날의 칼’이다. LG는 27일 SSG와의 경기에서 2번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실패도 2번 했다. 도루에 성공했을 때는 두 차례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지만 2번의 도루 실패 때는 공격 흐름이 단숨에 끊겼다. 뛰는 야구를 강조하다 보니 주루사도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7개나 되는 것도 LG가 풀어야 할 숙제다.
LG의 뛰는 야구는 성패(成敗)를 길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루는 부상 위험이 따르는 플레이이다. 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이 되면 그 전처럼 뛰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