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134m 아치 끝까지 걷는 체험… 시드니를 기억하는 색다른 방법 헬리콥터로 해안 둘러보거나, 유람선 타고 천천히 풍광 만끽 돌고래 떼 만나는 크루즈 여행… 바닷속 굴 양식장 투어도 이색적
20세기 위대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오페라하우스.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 축제가 벌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체험형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빼어난 절경과 예술미 뛰어난 건축물로 유명한 호주 시드니에서도 오감체험형 여행이 대세다. 134m 꼭대기까지 오르는 하버브리지 클라이밍, 맹그로브 습지를 헤쳐 나가는 카약과 야생 돌고래와의 만남, 그리고 바닷속에서 남태평양의 싱싱한 굴을 맛보는 체험 등은 시드니의 또 다른 매력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州都)인 시드니 시내에는 주말마다 장이 선다. 호주 특산물은 물론이고 각종 수공예품과 기념품, 세계 각국의 먹거리, 길거리 공연으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록스마켓(Rocks Market)이다.
이 전통시장 거리가 시드니를 상징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증표도 있다. 거리 한쪽에 우뚝 서 있는 대형 조각상이다. 3면으로 이뤄져 입체감이 강조된 이 조각상은 각 면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람이 새겨져 있다. 장총을 들고 서 있는 군인, 발에 쇠고랑을 찬 죄수, 그리고 자유 정착민 가족의 모습이다. ‘퍼스트 임프레션(First Impression·첫 흔적)’이라는 제목의 이 조각상은 백인들에 의한 호주 개척사를 상징한다.
1788년 죄수 및 군인, 정착민 등 1000여 명의 영국인을 태운 11척의 배가 시드니만에 도착하면서 영국령 호주의 역사는 시작된다. 선장이자 호주 최초 총독인 아서 필립은 조각상이 세워진 이곳 록스 거리에서 최초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230여 년의 호주 개척사를 품고 있는 록스 지역은 좌우 양쪽으로 시드니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거느리고 있다. 왼쪽으로는 시드니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인 하버브리지가 있다. 최고 높이 134m, 총길이 1149m인 이 다리는 세계에서 6번째로 긴 아치교로 기록된다. 1932년에 완공된 이 철교는 멀리서 보면 옷걸이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낡은 옷걸이’라는 별명과 함께, 사용된 철강만 3만8390t으로 ‘강철 심포니(Symphony of steel)’라는 다른 애칭도 갖고 있다.
록스 오른쪽으로는 1973년에 개관한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하버브리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맞이 불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20세기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날렵한 곡선미가 강조된 지붕은 요트의 하얀 돛 혹은 조개껍데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정작 설계자인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은 오렌지 껍질을 까다가 이런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한다. 여유만 된다면 이곳에서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별미다. 한국인 해설사가 설명해 주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하늘과 바다에서 시드니 즐겨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보면 시드니 구경은 다한 것”이라는 너스레가 나올 정도로 시드니 여행은 이 두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두 건물을 한꺼번에 즐길 방법이 있다. 헬기를 타고서 시드니 상공에서 내려다보거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조망하는 것이다. 여행자의 도시답게 이런 관광 상품도 마련돼 있다.먼저 ‘시드니 헬리투어’(sydneyhelitours.com.au)는 3, 4명이 한 조를 이뤄 헬리콥터를 타고 약 20분간 시드니 해안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1인당 240호주달러). 시드니 공항 헬기장에서 이륙한 헬기는 바다로 나가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선회하는데, 시드니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빼앗길 정도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록스의 옛 사암 절벽도 보이고,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도 눈에 들어온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하얀 분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안 절벽 위에 들어선 고급 주택가, 둥그런 해안선을 따라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하얀 요트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장면도 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바다에서 시드니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달링하버에서 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하늘에서와는 달리 보다 가까이에서 시드니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달링하버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하버브리지 아래를 통과한 다음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시드니만 외곽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온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꺼번에 포착되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선상에서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토스트와 맥주, 포도주 등 간단한 먹을거리이지만 바다 위에서 즐기는 색다른 맛이다. 유람선을 통째로 이용해야 하는 규정상 개인보다는 단체 여행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시드니의 명물 하버브리지. 아치형 다리 꼭대기에 호주 국기와 원주민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웅장한 철 구조물을 붙잡고 조심조심 하버브리지를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하버브리지 등정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대안이 있다. 다리 중간쯤에 있는 철탑 전망대(Pylon lookout)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치 옆 4개 교각 중 하나를 전망대로 조성해 놓은 곳인데, 200계단 정도를 걸어서 올라가면 사방으로 시드니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로 19호주달러를 내면 마음껏 풍경을 촬영할 수 있다.
●앵무새, 가오리와 함께 카약 즐겨
돌고래 크루즈에서는 배 뒤편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들어가 바닷물 세례를 즐길 수 있다.
맹그로브 숲 사이를 헤쳐 나가는 카약 체험.
한편 저비스베이는 100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돌고래 크루즈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야생 돌고래 떼를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고래, 바다표범 등도 볼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돌고래들이 노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선상의 명당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눈치 싸움도 벌어진다. 누군가 “돌핀!” 하고 외치면 우르르 몰려가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다. 그 외에 눈부시게 하얀 모래가 펼쳐지는 하이암스 비치도 저비스베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무니무니의 굴 양식장에서는 바닷물 위에 한 상 차린 싱싱한 굴과 새우를 맛볼 수 있다.
취재 협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글·사진 시드니=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