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1분기 세수 24조 감소… 세입-지출 계획 원점서 다시 짜라

입력 | 2023-04-29 00:00:00

지난해 12월 2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638조7000억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이 재석 273인, 찬성 251인, 반대 4인, 기권 1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2.12.24/ 뉴스1


올해 들어 3월까지 정부가 걷은 세금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 감소, 기업 실적 악화가 세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예산을 짜면서 기획재정부가 작년에 전망한 올해 세금 수입은 총 400조5000억 원이다.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덜 걷힘에 따라 대규모 ‘세수 펑크’는 기정사실이 됐다.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1분기 세수는 모두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소득세 감소 폭이 7조1000억 원으로 가장 크다. 1분기 주택 거래량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면서 양도소득세가 덜 걷혀서다. 이익을 못 내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법인세도 6조8000억 원 감소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부가가치세는 5조6000억 원 덜 걷혔다. 3월 말 기준 국세 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21.7%로 최근 5년간 평균인 26.4%를 크게 밑돌았다.

게다가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18.6% 내렸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 세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시기에 도입한 세금 감면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1%대의 낮은 경제성장률, 법인세 납부 1, 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최악의 실적 등을 고려하면 5월경부터 세금이 제대로 걷힐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20조 원을 크게 웃도는 초대형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힐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방법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거나,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는 것이다. 경쟁국들보다 법인세율 등이 높은 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한 상황에서 빚을 더 늘리다간 국가 신인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세수 예측 실패를 인정하고 638조7000억 원의 올해 예산안을 다시 뜯어볼 필요가 있다. 세입 예산을 낮춰서 다시 짜고, 줄어드는 수입에 맞춰 불요불급한 지출 계획은 쳐내야 한다. 여야가 한통속으로 밀어붙이다가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멈춰선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는 중단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재정 추계와 정치권의 선심성 퍼주기가 만났을 때의 결과는 미래 세대의 어깨에 얹혀지는 무거운 나랏빚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