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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서 나흘간 19번 지진 관측…‘5분 대기조’ 상황실 가 보니

입력 | 2023-04-29 08:11:00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 모습 ⓒ 뉴스1

“통상 현업(지진 관측)은 3명이 한 팀인데, 지진화산국 차원에서 인력을 보강하고, 행정안전부와 소통에도 힘을 썼습니다.”

함인경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사무관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원 동해 앞바다에서 나흘 연속 발생한 지진 때문이다. 단기간에, 동해에서 19번이나 지진이 관측된 것은 현대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래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진 강도는 최고 3.5로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이나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과 비교하면 약했다.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비교해도 2021년 서귀포 지진(규모 4.9) 2004년 울진 지진(규모 5.2)보다 약했다.

다만 앞서 이 해역에서 규모 4.3(2019년) 지진이 발생했고, 23일 최초 지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가 커지고 잦아지면서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행정안전부도 지진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함 사무관은 “지진 분석을 면밀하고 빠르게 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지진이나 지진해일(쓰나미)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이 시급했다.

실제 기상청은 이번에 지진 발생 후 1~2분 사이에 지진 알림 속보를 인근 지역 등에 발송했고, 동해안과 전국의 지진 영향 여부를 포함한 상세 내용을 5분 내에 발송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 지진 현황판 ⓒ 뉴스1

이번 지진 관측에 동해안 인근 14개 지진관측망을 활용했다. 내륙 지진의 경우 반경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폭넓게 쓸 수 있지만 해역의 지진의 경우 지진관측망이 한쪽에 편중돼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지진관측망을 최대로 활용했다.

바닷속에서 발생한 지진은 통상 가까운 지역에 설치된 지진계에 관측된 진동을 여러 개 종합해 확인한다.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해양 내 ‘잡음’을 걸러내며 약한 진동을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분석이 필요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속지진에 대해 “기상청 발표 외에도 90회가량의 미소지진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진이 잦은 해역에 지진계를 직접 설치하는 건 어떨까. 지난 2006년 기상청은 울릉도 남쪽 바다 밑에 국내 최초로 해저지진계를 설치하고 시험 운영했으나 어선의 그물이나 파도에 휩쓸려서 단발적인 사업에 그쳤다. 함 사무관은 “내륙과 도서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더 촘촘한 지진관측망을 구성할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원자력발전소나 한국수자원공사(수공) 한국가스공사 등이 사용 중인 관측망까지 포괄적으로 활용해 지진 감시 조밀도를 현행 16㎞에서 2027년까지 7㎞로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관측망을 현재 390개소에서 851개까지 늘릴 경우 해역의 지진이나 북한의 지진, 북한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도 더 빠르게 관측하고 발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