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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선제타격 ‘대형도발’ 위협…美정찰기 동해 출격

입력 | 2023-04-30 16:14:00


새로운 대북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연일 막말과 맹비난을 쏟아내며 도발 위협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형 도발’을 위협한 당일(4월 29일)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가 동해상에 출격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北, 핵 선제타격 위협하며 한미 정상 원색 비난 

김여정은 지난달 29일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워싱턴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며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 전략자산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억제력의 제2의 임무”는 상대의 핵 공격 조짐 때 ‘핵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무기가 상대 공격을 억제하는 목적뿐 아니라 선제 타격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한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워싱턴 선언’에 반발해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2023.04.30.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김여정은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30일에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위험천만한 핵전쟁책동은 절대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일부는 “적반하장, 억지 주장을 규탄한다”며 “한미동맹의 핵 억제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데 대한 초조함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문을 냈다.


 ●ICBM·SLBM 도발, 7차 핵실험 가능성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을 발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여정이 ‘결정적 행동’까지 거론한 만큼 한미는 북한이 조만간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수 주 내에 한반도에 전개할)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 타이밍을 노려서 확장억제 강화에 맞불을 놓는 고강도 도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성-18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18일 첫 발사 때는 고각으로 쏴 비행거리가 1000km에 그친 바 있다. 이번엔 발사 각도를 좀 더 높여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까지 3000km 이상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것. 군 관계자는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괌까지 닿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타격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 본토를 때릴수 있는 고체연료 ICBM 완성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과 대남 핵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동시 발사 가능성도 있다. 서울과 워싱턴을 동시에 때릴수 있는 핵무력으로 확장억제의 정면돌파 협박을 시현하는 시나리오다. 북극성-4·5ㅅ 등 대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첫 시험발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미뤄왔던 7차 핵실험을 전격 강행할 개연성도 있다.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에 핵실험 준비로 해석되는 일련의 활동을 노출한 뒤 한미에 ‘강 대 강’ 대치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 군 당국자는 “이를 통해 김정은이 지난달 공개한 ‘화산-31형’ 전술핵탄두의 개발 완료 및 양산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6차 핵실험(최소 50kt 이상·1kt는 TNT 1000t의 파괴력)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수소폭탄급 초대형핵탄두를 7차 핵실험에서 터뜨릴 가능성에도 군은 주목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