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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0년 맞는 토종 ‘대백’, 100년 역사 잇기를[디지털 동서남북]

입력 | 2023-05-01 14:00:00




동아일보 사회부에는 20여 명의 전국팀 기자들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전국팀 전용칼럼 <동서남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독자들에게 깊이있는 시각을 전달해온 대표 컨텐츠 입니다. 이제 좁은 지면을 벗어나 더 자주, 자유롭게 생생한 지역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동서남북>으로 확장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 등 뉴스의 이면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1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2021년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 매각 실패로 인해 프라라점까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장영훈 기자

1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이제 대백(대구백화점)프라자에서 뵙겠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정문과 남문 쪽에 걸려 있었다. 대백프라자는 중구 대봉1동에 있는 프라자점을 말한다. 이곳 본점은 2021년 7월 매출 급감 등의 이유로 문을 닫은 이후 현재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본점과 함께 번창 했던 동성로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 상가가 적지 않다.

대백은 한때 ‘쇼핑=대백’일 정도로 한동안 명성이 자자했다. 1969년 12월 개점한 본점은 당시 지역 상권을 좌지우지하며 ‘동성로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구시민들의 시내 약속 장소는 무조건 대백 남문 또는 정문 앞 시계탑일 정도였다. 1993년 9월 문을 열어 올해 30년을 맞은 프라자점은 당시 사업성이 낮다는 우려를 씻고 대봉동 일대를 확 바꿨다.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한 지역 백화점이다.

대백은 2021년 경영 개선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본점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구정모 회장이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이 ‘혐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씁쓸했다. 대백의 침체 과정을 보면서 대구 경제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지역 경제의 현실과 비슷하다. 대백은 그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2017년 4월 아웃렛 진출 실패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이듬해 8월 폐업하고 건물은 경쟁 업체에 10년간 임대를 줬다.

수년 전부터 적자로 돌아선 경영 악화 탓에 프라자점 매장 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사이 유명 명품 매장은 다른 백화점으로 빠져나갔다. 경영진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소극적인 모습만 보였다. 한 예로 프라자점은 바로 옆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길)’과 연계한 관광 쇼핑 인프라 확충 기회를 놓쳤다. 백화점 기능은 줄고 식품 매장과 식당가, 문화센터만 현장 유지하는 정도다. 그사이 김광석 길은 방문객이 늘면서 ‘한국관광의 별’이 됐다.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한 대백은 내년 80년을 맞는다. 지역성과 진정성 덕분에 ‘한강 이남 최초 기록’도 여럿이다. 옛 추억을 간직한 중년들은 지금도 가끔 본점 건물을 찾아 회상에 잠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숱한 시련을 극복했던 대백이 회생해서 대구 유통의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주길 바라는 지역민들이 아직 많다. 창업 100주년 신화 창조에 도전했던 대백의 굴기를 보여줄 차례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