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만찬서 ‘고령 논란’ 정면대응 “늙은 게 아니라 노련하고 현명한 것”
“여러분이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고 한다면 ‘나는 노련하다’는 답을 돌려드리겠다. 여러분이 나더러 늙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역시 ‘나는 현명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근 재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고령을 문제 삼아온 언론을 향해 이 같은 농담을 던지며 맞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여러분이 나더러 ‘한물갔다(over the hill)’고 하지만 돈 레몬은 ‘저 남자는 지금 전성기야(in his prime)’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의 스타 앵커였던 돈 레몬은 “여자의 전성기는 20∼30대, 잘해야 40대”라는 등의 성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지난달 24일 CNN에서 퇴출됐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언론인을 상대로 농담을 하는 관례가 있다.
2020년 대선 조작 의혹 보도로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7억8000만 달러(약 1조 원)의 합의금을 물어주게 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서 최근 해고된 간판 앵커 터커 칼슨도 농담의 주요 표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은 내가 루퍼트 머독(폭스뉴스 회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를 해리 스타일스(영국의 가수 겸 배우)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를 이끄는 머독 회장이 1931년생으로 1942년생인 자신보다도 아홉 살이 많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는 미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경제를 변혁했으며, 중간선거에서 역사적 승리를 일으켰다. 하지만 나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정작 끝난 건 터커 칼슨”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