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르면 7, 8일 방한하는 일정을 한국과 조율 중이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복귀시키는 절차에 착수했다.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44일 만이다. 선뜻 속도를 내지 않던 일본의 후속 움직임이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빨라지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5년 3개월 만에 한국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된다. 12년간 중단됐던 양국 간 셔틀외교 재개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복원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4년 만에 모두 해제되는 시점과 맞물려 양국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그동안 한국 측이 보여준 화해 제스처에 비춰 보면 늦은 감이 있다. 일본은 한국이 3월 정상회담에서 전향적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했음에도 충분한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사죄 표현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으로 에둘러 넘어갔고, 그마저 외교청서에는 쏙 빼버린 채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했다. 피고 기업들은 미래파트너십기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수출 규제 철회마저 “한국 측의 향후 자세를 지켜보겠다”며 미적대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민감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 안보 협력은 탄탄한 상호 신뢰가 있어야 단계를 높여갈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선제적 결단 뒤에서 어물쩍 과거사 문제를 넘어가려고 했다간 신뢰 구축은커녕 역풍만 불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이제라도 ‘성의 있는 호응’으로 미래를 함께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기시다 총리가 서울에서 내놓을 발언과 후속 조치의 내용으로 이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