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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패션된 ‘고프코어룩’… 아웃도어 업계, 10년 만에 활짝

입력 | 2023-05-02 03:00:00

편안한 옷차림 선호하는 젊은층
‘도심서 입는 기능성 의류’에 열광
노스페이스 등 매출-영업익 급증
중소 브랜드까지 가파른 성장세




최근 ‘성수동 패션’으로 불리는 고프코어룩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10여 년간 주춤했던 아웃도어 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프코어(Gorpcore)는 야외활동 시 먹는 견과류 ‘고프(Gorp)’와 평범하고 편안한 룩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기능성 의류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패션을 뜻한다.

최근 고프코어룩이 떠오르면서 아웃도어 업계는 지난해 모처럼 호실적을 거뒀다.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40.3%와 37.1% 올랐다. K2(케이투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와 12.5% 올랐다. 아웃도어 업계는 등산복 열풍으로 큰 인기를 끌다 2014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실적 하향 추세였다. K2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아웃도어 셋업 플라이슈트는 도심과 일상에서 착용을 강조한 덕에 출시 3주 만에 입고량의 60%가 판매됐다”며 “하이킹화도 트레킹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멀티 착용이 가능해 최근 30대 구매층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스포츠 팩라이트 재킷

네파는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네파 관계자는 “제품군을 고어텍스 등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테크니컬 라인과 캠핑· 가벼운 트레킹 등 캐주얼한 활동을 위한 ‘아웃도어 라이프’ 라인으로 나누는 등 아웃도어 영역 확장에 힘썼다”고 밝혔다. K2, 코오롱스포츠 등 아웃도어 업체 광고 역시 모델들이 도심 속에서 옷을 입고 등장하는 등 일상적으로 착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프코어룩이 인기를 끌면서 아웃도어 업계 10위권 수준이던 군소 브랜드들의 체급도 급격히 성장했다. 군소 브랜드는 대형 브랜드에 비해 히트 상품 하나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고프코어룩을 강화한 아크테릭스(넬슨스포츠), 살로몬(아머스포츠코리아),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 어패럴(감성코퍼레이션)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2021년 매출 500억 원대 수준이던 아크테릭스는 지난해 약 650억 원으로 30%가량 성장했다. 살로몬은 같은 기간 매출이 260억 원대에서 350억 원대로 32.5% 증가했고, 스노우피크는 2021년 매출 358억 원대에서 지난해 9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에서는 1000억 원대부터 메가 브랜드로 취급한다”며 “800억∼900억 원대 브랜드 중 밀레·레드페이스·콜핑 등 성장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한 브랜드들을 아크테릭스와 스노우피크 등 브랜드가 가파른 성장세로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아웃도어 업계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아웃도어 패션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선보이고 있는 더네이쳐홀딩스는 하반기 중 영국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의류 라인 ‘브롬톤 런던’을 론칭한다. ‘말본골프’의 하이라이트브랜즈도 하반기 중 글로벌 브랜드 ‘시에라디자인’을 내놓는다. 미국 중장비 브랜드 ‘밥캣(트라이본즈)’과 미국 무기제조사 ‘록히드마틴(두진양행)’ 등도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