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메시지 적은 액자-성금도 전달 “브로드웨이 사람들 ‘마음의 고향’ 미스터M은 전설… 무척 그리울 것”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김민 스타라이트 델리 사장(71·왼쪽)이 브로드웨이 단골 손님들로부터 감사의 말과 가게 사진을 담은 액자를 선물받고 있다. 틱톡 캡처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39년간 식당 ‘스타라이트 델리’를 운영한 김민 씨(71)가 가게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김 씨 주위에는 브로드웨이 배우와 극단 관계자 등 단골 수십 명이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훔쳤다. 지난달 28일 델리 영업 종료를 앞두고 단골들이 작별을 고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이 브로드웨이 단골들은 김 씨 부부를 위해 미국에서 작별할 때 상대방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 ‘해피 트레일(Happy Trail)’을 합창하고 각자 감사의 뜻을 적은 커다란 액자를 선물했다. 노래를 들으며 김 씨의 부인은 두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또 은퇴 선물로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을 김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뭉클한 이별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초연한 제임스 먼로 아이글하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굴에 반짝이를 붙이며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김 사장님이 극장 분장실로 샌드위치를 가져다줬다”며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닉 포레로 극장 미술감독은 CBS에 “미스터 M(김 씨 애칭)은 우리 업계 전설적 존재였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고령의 나이와 임차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가게를 접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 씨는 “자고 싶다”며 웃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