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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변 비상’ 안눌러도 스마트워치가 신고

입력 | 2023-05-02 03:00:00

경찰, 차세대 제품 2026년까지 개발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등으로 인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요청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경찰이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나눠줄 차세대 스마트워치 개발에 착수했다. 새 스마트워치는 신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고, 위치 측정 오차를 최소화해 적시에 대상자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자동 신고하고 위치 측정 오차도 최소화

1일 경찰청은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저전력 복합 측위 단말기(스마트워치)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예산 117억 원을 투입해 이르면 2026년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 스마트워치를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현재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는 대상자가 ‘비상’ 버튼을 눌러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다. 하지만 새로 개발되는 기기는 위험에 처했거나 긴박한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진다. △폭행, 납치 등으로 기기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진 경우 △심박수 등 신체 긴장도 수치가 급격히 증가한 경우 △통상적 생활지역을 빠르게 이탈한 경우 등 3개 지표를 설정해 2개 이상에서 ‘비정상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대상자의 위치값 오차범위도 대폭 줄어든다. 현재는 통신사 기지국,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와이파이 중 하나의 신호를 활용해 위치값을 측정한다. 새 기기는 기존 3가지 신호에 블루투스를 추가한 4가지 신호를 종합해 위치값을 도출하게 된다. 경찰은 이 경우 현재 반경 50m 내외인 위치측정 오차범위가 30m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m 이내에서 높이도 측정할 수 있어 신변보호 대상자가 있는 건물 층수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된다.

● 저전력으로 최대 48시간 사용 가능

경찰은 2015년 10월부터 범죄피해자 및 신고자 등의 신변 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해왔다. 경찰에 접수된 신변보호 요청 건수는 2020년 1만4773건에서 지난해 2만9372건으로 2배가 됐고,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도 같은 기간 6801건에서 1만4208건으로 2.1배가 됐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서울 구로구에서 스마트워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스토킹 신변보호 여성이 살해됐고, 2021년에도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구조 요청을 한 피해자가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사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 지역에선 아파트 여러 동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오차범위가 줄고 층고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되면 대상자를 찾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워치를 받은 이들은 8∼10시간마다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한 점으로 꼽는다. 새로 개발되는 기기는 저전력으로 설계돼 한 번 충전할 경우 4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