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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르다’를 기본값으로 삼자[지나영의 마음처방]

입력 | 2023-05-02 03:00:00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강함은 비슷한 것이 아닌 다르다는 것에서 나온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스티븐 코비가 한 말이다. 비슷한 생각과 재능보다 다양한 생각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늦은 나이에 결혼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필자에게 큰 깨우침을 줬다.

남편과 나는 성격이 극과 극인 면이 많다. 내가 겁 없이 도전하는 성격이라면 남편은 매사 신중하게 재고 따지는 편이다. 그래서 결혼 초엔 갈등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다름으로 더 강한 팀을 이룰 수 있었다. 남편은 내 덕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나는 큰 실수를 면할 수 있었다. 성격 차에서 오는 갈등이 부부공동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밤하늘의 별 중 같은 모양이 없듯 사람도 각기 다르다.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 취향, 재능, 강점과 약점이 제각각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갈등은 필연적이다. 친구, 연인, 가족 등 사적인 관계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일보다 관계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각자 타고난 특성이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부부 관계는 특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나는 부부 갈등을 겪을 때 ‘혼성 복식’ 경기를 떠올린다. 혼성 복식팀 선수 둘이 포지션과 잘하는 게 같으면 말 그대로 ‘폭망’일 것이다. 서로 잘하고 못하는 게 다르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아가 부족함을 보완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상대의 언행을 이해하기 힘들 땐 ‘올림픽’을 떠올려 보자.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종목이 다를 뿐이라고 여기자. 모두 같은 종목에 도전한다면 올림픽 강국이 될 수 없다. 저마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서로 다르다’를 기본값으로 여겨야 한다. 김연아 선수(피겨스케이팅)와 김연경 선수(배구)가 서로를 가르칠 수 없듯,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 안아주자. 그것이 바로 갈등을 조화와 협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이다.

역사학자 에블린 베아트리체 홀은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가 자신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 관용적 자세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당신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표현할 권리는 내가 죽기까지 옹호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다르게 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서로가 끝까지 지켜줘야 한다. 나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자. 그리고 타인도 단 하나뿐인 존재임을 존중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나답게, 그리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7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다양성이 죽은 곳에 열등감이 자란다’(https://www.youtube.com/watch?v=tTpgKhD9j3g)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