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문가 ‘기시다 방한과제’ 진단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르면 2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7, 8일 방한 및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1일 “기시다 총리가 한일 양국 재계가 조성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의 운영 계획과 반도체 협력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양국 협력안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 입장을 확인하기는 난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셔틀외교 복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및 일본 전범 기업이 미래기금에 참여하는 등 배상 기여에서 진전된 조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YTN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가 식민지배, 강제징용 문제에서 사과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韓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피해자도 만나라”
한국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 있는 사죄 표명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이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안보협력을 다지는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여주기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 전에 한미일 안보협력 중 북핵 문제 대응에서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들을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사는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를 살리려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주장처럼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피해야 한다”고 짚었다. 진 센터장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자국의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우는 회담이 되면 윤석열 정부에 정치적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日 “사죄는 안보협력 필요한 日국익에 도움”
일본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한일 안보 협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해법에서 윤 대통령에게 호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일본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 내 대표 지한파 교수인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방미 외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황에서 일본이 역사 문제에서 아무 호응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면 미국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권 자민당 내 보수 강경파가 한국에 대한 사과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오쿠조노 교수는 “자민당 내부 사정보다 한미일 협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경직된 자세를 취하는 게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될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