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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응급수술 ‘가산수가’ 50%→100%… “방향 맞지만 필수인력 이탈 막기엔 역부족”

입력 | 2023-05-02 03:00:00

[동네의원, 전공과 다른 진료]
“수술의사 고용 의무화를” 지적도




환자 생명과 직결된 분야의 전문의들이 수술실을 떠나 동네의원에서 감기 환자를 진료하는 근본 이유는 왜곡된 의료비 체계 때문이다. 현행 체계는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보다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진료와 검사에 값을 더 쳐준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술 의사의 이탈을 막으려면 더 과감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월부터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 등에 얹어주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뜻하는 ‘가산 수가’의 비율을 현행 5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지난달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 휴일 야간에 이뤄지는 수술의 가산율은 현행 100%에서 200%로 올린다. 반면 불필요한 검사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던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질환 의심 등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에 보상을 높이고 무분별한 검사를 억제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같은 인상률이 필수의료 인력을 수술실에 붙잡아두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2009년에도 흉부외과와 외과 수술의 수가를 각각 100%, 30% 올렸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인력을 더 뽑거나 인건비를 올리는 대신 병원 운영비로 충당했다. 수가 가산이 인력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승진 대한흉부외과의사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 수술 의사 고용을 의무화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원 병원 사이에선 검사 등의 기준을 강화하면 그나마 유지되던 외과의원의 명맥마저 끊길 거란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외과 수술만으로 의원을 운영하기 어려우면 검사나 비급여 진료로 부족한 수익을 메우기도 하는데, 이마저 틀어막으면 아예 외과 수술마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검사 장비나 시설보다는 의료 인력의 노동력에 해당하는 ‘행위료(인건비)’를 높이고, 수술 위험도와 의료진의 스트레스를 반영해 보상하는 쪽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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