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5.02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출석이 거부됐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중앙지검 1층 민원실에서 출입증을 받고 검사실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출석이 거부돼 현관에서 발길을 돌렸다.
중앙지검건물을 나온 송 전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 있었던 금품 수수 사건과 관련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을 구속시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며 “범죄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겠지만 그것도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된다. ‘인생털이’, ‘먼지털이’와 같은 수사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을 살해하는 검찰 수사 형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유출되어 전 언론에 공개됐고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매일 난발한다”며 “이에 일주일 동안 말할 수 없는 명예훼손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왜 검찰 수사를 하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에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도 이 사건의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며 “이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리와 형사소송법상 공판중심주의를 비롯한 모든 원칙을 위반하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하고 있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을 수사했지만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없고 자신의 전 보좌관인 박용수 씨도 소환했지만 아직도 부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 유출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와 JTBC이 피의사실유포와 공무상기밀누설죄로 고소당했다고 했다며 철저한 수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서민들의 살림살이 국가안보외교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을 짜증나게 질질끌어 총선용 정치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말고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조사는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로 진행되는 것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송 전 대표 조사에 실익이 없다면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사전에 밝혔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 경선 캠프가 현역 의원에게 6000만 원,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3400만 원을 살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9명을 입건했다. 송 전 대표도 돈 봉투 살포를 보고받고 승인했을 뿐 아니라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해 추가로 입건했다.
검찰은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되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관계자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친 뒤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