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로 예정된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난 20년 동안 철권통치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가 전에 없던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미 CNN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CNN이 평가한 튀르키예 선거 전망 기사 요약.
2월6일 대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이 숨지고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의 난민이 590만을 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선거에서 튀르키예 민주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선거는 특히 심각한 경제위기와 에르도안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이 쟁점이다.
또 튀르키예의 민족 구성도 중요 선거 변수다. 지난 2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지역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AK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그러나 최고선거위원회 아메트 예네르 위원장은 지난달 지진 피해 지역 주민 최소 100만 명이 올해 투표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르도안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권력 이양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선거 제도
5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지난번 총선에서 유권자 5%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대선 후보를 내거나 최소 10만 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은 사람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진행된다. 튀르키예는 총 600석의 의석 전부를 총선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완전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각 정당은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당과 연립해 최소 7% 이상을 득표해야 의석이 배분된다.
투표는 1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밤 9시 쯤 결과를 알 수 있다.
◆대선 후보들
올해 대선 후보는 모두 4명이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킬리차로글루 후보 외 중도파 조국당의 무하렘 인체 후보와 우파 조상연맹의 시난 오간 후보가 출마했다.
이스탄불 콕 대학교 정치학 교수 무라트 소메르는 인체 후보가 승리 가능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소메르 교수는 그러나 지지율이 5%로 나오는 인체 후보 때문에 대선이 2차 투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거 쟁점
심각한 경제 위기와 지진 피해가 주요 쟁점이다. 지진 이전 물가상승률이 85%에 달하는 등 큰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스탄불의 싱크탱크 EDAM의 시난 울젠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대중들이 구매력을 잃었다면서 “에르도안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어느 후보가 지진 피해 복구와 지진 피해 예방을 잘 할 지도 쟁점이다.
메트로폴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과 인민연합이 야당 후보 및 정당보다 지진 피해 복구를 잘할 것이라는 답이 많았다.
그밖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주주의 탄압도 야당이 집중 공략하는 쟁점이다.
◆여론 흐름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500만 명 유권자들은 에르도안 이외의 지도자를 경험한 적이 없다.
메트로폴 여론 조사에서 1차 투표에서 킬차로글루 야당 후보, 에르도안 대통령이 각각 42.6%, 41.1%를 득표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의회 선거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AK 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에르도안 정부는 쿠르드인민민주주의당(HDP) 지도자 등을 정적을 탄압해왔다. 쿠르드노동자당(PKK) 민병대와 연계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PKK를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당초 후보를 냈던 HDP는 지난주 킬차로글루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HDP 지자 유권자들이 킬차로글루 후보 당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 다수가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패배하면 어떻게 되나
에르도안이 근소한 표차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며 에르도안이 이를 기화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집권 AK당이 선거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2019년 경제 수도와 정치 수도인 이스탄불과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 AK당이 패배했으나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탄불에서 CHP는 매우 근소하게 AK에 승리했으며 최고선거위원회가 재투표를 결정했으며 재선거에서도 CHP 후보가 승리해 에르도안에 상처를 입혔다.
최고선거위원회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프리덤 하우스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원들이 AK 당이 지배하는 법원에 의해 임명돼 AK당에 유리한 쪽으로 편파적이다. 또 언론사와 각종 단체들도 에르도안에 유리하도록 작동하는 것으로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