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증거금으로 2.5배 투자 가능 미수채권 발생땐 증권사 회수 부담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 키움증권 연내 초대형IB 인가계획 먹구름
SG증권발(發) 주가 폭락으로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CFD 거래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들도 수천억 원대 미수 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CFD 계좌 미수 채권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은 사주가 불공정거래 의혹에 연루되면서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수천억 원대 미수 채권 리스크
문제는 주가 하락 시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져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투자자들은 추가로 증거금을 채워 넣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이번 4월 24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8개 종목의 주가가 미끄러져 내리면서 증거금 부족, 그에 이은 반대매매가 속출해 CFD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투자자들은 ‘CFD국내주식 계좌에 12억7130만8520원 추가 증거금 발생’ ‘오늘 기준으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이 약 43억 원이지만, 내일 하락 시 금액이 더 늘어날 예정’ 등의 문자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69억 원을 손해 봤다’며 해당 계좌를 인증하기도 했다.
CFD 투자자가 손실 정산을 못해서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회수 부담을 진다. CFD 계좌 미수 채권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권사들은 CFD 신규 가입·매매를 잇달아 중단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국내·해외 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일부터 국내·해외 CFD 계좌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했다. 신한투자증권도 2일부터 신규 서비스 가입을 중단했다.
● 키움증권, 초대형 IB 진출 먹구름
키움증권은 미수 채권 리스크는 물론이고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 내통설’에 휘말리면서 정면으로 악재를 맞게 됐다. 김 회장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이틀 전 관련 종목인 다우데이타를 대량 매도해 약 605억 원을 확보했다. 업계 안팎에선 김 회장이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키움증권을 이용하던 개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감지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개인 고객들이 (키움증권을) 키워줬는데 오히려 개인을 배신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번 김 회장의 매도가 이러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