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3월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한 발언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정무수석은 내년 총선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옹호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녹취록이 보도되자 두 사람은 “과장된 얘기” “공천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무수석이 여당 의원들 상대로 국정 현안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순 있다. 하지만 이 수석이 “잘하면 공천 신경 쓸 필요 없어”라고 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정무수석은 여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힘 있는 자리다. 더욱이 태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은 새 인물로 전략 공천해도 승산이 있는 국민의힘 아성이나 다름없다. 공천 발언이 나왔다면 태 최고위원은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이 수석이 공천을 당근 삼아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대통령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친박 의원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도록 정무수석에게 지시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윤 대통령이 지검장이던 서울중앙지검이 맡았다. 이 수석과 태 최고위원의 해명만으로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에 대해 “나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버릇을 고치겠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물의를 빚어 왔다. 여당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이와 유사한 논란에 휘말려들 경우 국정 운영에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불필요한 의혹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의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