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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도 손쉽게 온라인 서류 발급 추진

입력 | 2023-05-03 03:00:00

[혁신행정이 미래다]
〈상〉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
디지털 영사민원시스템 구축
모두를 위한 행정서비스로



서울 지하철역 바닥에 도입된 승객 유도선. 지하철 승객의 편의성을 높인 행정혁신 사례로 평가된다. 행정안전부 제공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는 박영진 씨(55)는 최근 업무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이 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겼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가 없는 탓에 온라인으로 본인인증과 인증서 발급이 안 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직접 재외공관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고, 검토 후 서류를 발급받는 데 며칠이 소요됐다. 박 씨는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서류 한 장 받을 때도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재외국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 영사민원시스템 구축 방침을 밝혔다. 여권정보, 해외체류정보 등을 활용해 재외국민도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머무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 같은 행정혁신 사례는 행정안전부가 올해 추진 중인 ‘2023년 정부혁신 종합계획’에 담겼다. 정부는 종합계획에 모두가 편한 서비스 정부, 데이터 기반 애자일(Agile) 정부, 소통·협력하는 선제적 정부 등 3대 전략과 9대 중점과제를 포함시켰다.

가장 먼저 나이, 국적, 장애 유무,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서비스에 적용하기로 했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지금까지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들고 자동문을 설치했다면, 앞으로는 아예 공공기관의 문턱을 없애 모든 사람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900만 명(전체의 17.5%), 장애인은 약 260만 명(5.1%)에 달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순 배려의 차원으로는 공공 서비스의 혁신에 한계가 있다. 이제 모두를 포용하고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 사례가 국가신분증 표준안 마련이다.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언어 정보 격차도 커졌다. 지금은 신분증마다 표기 가능 글자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이름이 긴 외국인은 신분증에 성명의 일부만 표기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신분증이 신원 확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지향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