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투자 권유받은 지인 밝혀 라 녹취록서 “지휘한 흔적 안남겨”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 승계 시기가 임박했을 때 기업 실소유주와 협상해 투자금 수백억 원을 회수한다는 ‘엑시트 플랜(투자금 회수 구상)’을 갖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라 대표에게 3년 전부터 여러 차례 투자 권유를 받고 조언도 해줬다는 A 씨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라 대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부 기업의 경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주가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며 “대성홀딩스와 다우데이타 등을 거론하며 투자를 권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라 대표의 투자 방식을 두고 “특정 세력이 대량 매입해 주가를 띄우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 다 끝나는 일”이라고 지적하자, 라 대표는 “회사에 변호사, 회계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빠져나갈 방법을 미리 구상해 놨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라 대표는 이때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은 지주회사로 공통적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를 안고 있다”며 “승계 시기가 임박했을 때 해당 회사들과 ‘딜(협상)’을 해 수백억 원을 받고 손을 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라 대표 측이 휴대전화 화면으로 수익률을 보여주면서(사진) 수수료 명목이라며 다양한 수법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억 단위 골프 회원권을 사며 거액을 결제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2021년 9월 녹취록에서 라 대표는 “누가 지휘를 했다가 나와야 하는데 제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고객들한테 이 주식들을 사게 만들었다고 증명할 방법 자체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주장에 대한 라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등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을 입건했으며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락 종목 대주주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나오면 추가 입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