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카리나 네뷸라의 ‘Good Match’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언젠가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폴 매카트니가 한 말이라며 이런 말을 인용했다. “음악을 차별하는 건 인종차별보다 나쁘다.” 모든 음악에 편견을 갖지 말고 두루 사랑하라는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일단 폴 매카트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출처 없는 말이 방송 때문에 사실로 굳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설령 폴 매카트니가 실제로 한 말이라 해도 어떻게 음악에 대한 차별이 인종차별보다 나쁘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잖아요. 예술에 우열을 가릴 수가 있나요?” 마치 모든 음악을 수용하고 공평한 척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이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이도 무의식적으로 숱하게 예술의 우열을 가려왔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오정희의 소설과 귀여니의 소설 사이에 우열은 존재하지 않게 되지만 두 소설을 모두 읽어본 나의 입장에서 “예술에 우열이 없다” 말하는 이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난 지금껏 예술에 높낮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그걸 겉으로 내세우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이 음악의 우와 열을 판단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음악을 아우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이만큼 더 많은 음악을 들을수록 어떤 음악이 더 좋고 훌륭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누군가에게 재즈는 이미 고전음악처럼 창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스탠더드 재해석만 있는 사문화된 장르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열정적으로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또 그 창작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기술과 만나는지를 알게 된다.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네 명이 함께하는 중창 그룹 카리나 네뷸라의 ‘Good Match’를 들으며 재즈의 고등한 기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카리나 네뷸라란 이름은 낯설겠지만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인 말로, 박라온, 강윤미, 김민희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재즈계에선 큰 화제를 모았다.
앨범의 타이틀곡 ‘Good Match’는 가사가 없는 노래다. 네 명의 멤버가 돌아가며 스캣(재즈에서 목소리로 가사 없이 연주하듯 음을 내는 창법)으로 곡을 완성했다. 비록 가사는 없지만 네 명의 각기 다른 목소리로 연출되는 스캣은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이명건(피아노),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의 연주는 사람의 목소리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받침이 돼준다. 기술이 좋은 창작을 만날 때 어떤 감흥을 줄 수 있는지를 ‘Good Match’는 증명해낸다. 기술과 예술을 아울러 기예라 부른다. ‘Good Match’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