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와 수색은 흔히 붙여 쓰기는 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압수는 증거물이나 몰수가 예상되는 물건을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이다. 압수는 물건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수색은 물건만이 아니라 신체도 대상이 되고 장소도 대상이 된다. 통상 압수와 수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다. 압수수색이라고 하지만 수색이 압수에 앞서니 수색압수라고 해야 순서로는 맞다. 물건 신체 장소를 대상으로 수색을 해봐야 압수할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압수수색에서 회계장부는 통째로 가져가도 상관없지만 전자정보는 그렇지 않다. 회계장부는 기록매체와 기록된 정보가 분리되기 어렵지만 전자정보는 기록매체와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통째로 수사당국이 가져가는 건 통상 허용되지 않는다. 컴퓨터에 담긴 정보를 시간과 주제어를 특정해 검색이란 방식으로 수색한 뒤 관련이 있는 것만 출력해 압수해야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 되면서 크기만 작을 뿐 사실상 컴퓨터나 다름없는데도 수사당국이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 관행이다.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1일 전국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수사기관이 통화 기간이나 내용을 특정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를 압수 대상으로 지정해 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건 집을 통째로 내주는 것과 같다”며 “집은 하루 동안 수색하면 끝나지만 휴대전화는 끝없이 집을 뒤지면서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제도에서 휴대전화가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휴대전화는 범죄증거의 확보에 중요한 물건이다. 휴대전화는 버리거나 태우거나 부수거나 바꾸거나 초기화하면 증거 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만 보고 다른 건 곁눈질하지 않는다는 충분한 신뢰를 줘야 한다. 물리적 집 이상의 영혼의 집 같은 것이 압수수색을 당한다고 생각해보라. 검찰은 수사의 편의만 생각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