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법정최고형
징역 30년에도 실형은 10% 그쳐
기술유출 양형기준 세미나 열어
처벌수준 강화 대책 마련에 착수

이인실 특허청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허청과 대검찰청이 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열었다. 특허청 제공
A 씨는 국내 철강 기업의 제조 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했다. 법원은 A 씨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피해 기업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며 억울해했다. 3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이 이 같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고 유사 범죄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공동으로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두 기관은 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열었다. 영업비밀침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범죄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시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대한 대응의 성격을 띤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총 93건이며, 피해액은 약 25조 원으로 추산했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해부터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벌였다. 또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 경찰 등 기술유출 관련 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초범이 범행했거나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논의해왔다.
이번 세미나는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영업비밀침해 범죄 양형기준 정비 방안’을 주제로 첫번째 발제에 나선 조용순 한세대 교수는 “영업비밀 침해죄의 특성을 고려해 권고 형량을 해외유출의 경우 2∼5년 등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이고, 초범도 강도 높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유출 범죄 피해 규모 산정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은 “기술유출 범죄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 입증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양형기준을 통한 형량 결정 과정에서 연구개발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기술을 유출하는 범죄는 황금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술유출 범죄가 개별기업과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