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박물관서 창간 100주년 특별전 잡지 150여점 등 자료 325점 전시 이원수 ‘고향의 봄’ 동요 가사 싣기도
“어린애 잡지를 누가 거들떠보기나 할 듯 싶으냐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될 터이니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안 될 일일수록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손대는 사람이 있겠소. 낭패하더라도 낭패하는 그날까지 억지로라도 시작해야지요.”
1923년 3월 20일 발행된 잡지 ‘어린이’ 창간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소파 방정환이 1923년 ‘어린이’ 제1권에 우리말로 번안해 실은 동화 ‘백설공주’.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무엇보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우리말로 자신의 생각을 쓰게 했다. 이 잡지는 폐간될 때까지 어린이 독자들의 창작 작품을 받아 실었다. 전시에서는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15세 때 ‘어린이’ 제4권 제4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고향의 봄’과 그의 부인인 가수 최순애(1914∼1998)가 ‘어린이’ 3권 11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오빠생각’도 소개된다. 처음 공개되는 부록 ‘어린이세상’ 제28호(1929년)에는 어린이 독자들을 향해 “생각하는 그대로 쓰라”는 당부가 담겼다.
김민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린이’를 통해 국내 창작 아동문학이 싹텄을 뿐 아니라 어린이 공동체가 형성됐다”며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은 이 잡지를 통해 이야기를 터놓으며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고 했다. 8월 20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