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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나침반, 그 이름은 선생님”… 연세대, 중고교 은사-제자를 잇다

입력 | 2023-05-04 03:00:00

스승의날 앞두고 ‘사제지연’ 행사
최우수 학생 중고교 은사 대학 초청
스승의 은혜 기억-감사 계기 마련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사제지연’ 행사에 서승환 총장(첫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재학생, 은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홍지수 씨(21)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가재울중에 입학했을 당시 친구 관계, 진로, 공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졌다. 마땅히 주변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즈음 홍 씨는 이은정 선생님이 담당하는 교내 ‘관현악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3년 인연의 시작이었다. 중학교 내내 홍 씨는 자신의 고민을 선생님에게 상담했고, 이 씨는 그때마다 따뜻한 조언으로 화답했다. 세월이 흘러 홍 씨는 고교에 진학했고, 2023년 현재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2학년 재학 중인 명문대생이 됐다. 은사인 이 씨는 그 사이 서울 상암중으로 옮겨 교편을 잡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재회했다. 스승의 날을 앞둔 ‘사제지연’ 행사에서 제자 홍 씨가 은사인 이 씨를 학교로 초청한 것. 홍 씨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제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몇 년 만에 제자의 얼굴을 다시 본 이 씨는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해왔지만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지 못 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제자를 만나고 보니 나의 진심을 인정받는 것 같아 굉장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연세대는 “학생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10대 시절 학업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은사를 초청해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사제의 연을 꾸준히 이어 나가길 바라는 취지에서 처음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최우수 성적을 기록한 학생 70여 명이 자신들의 중고교 시절 은사를 초청했다. 각 단과대 학장 등을 포함해 총 160여 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다시 만난 은사에게 카네이션 꽃다발을 전달했다. 오찬과 함께 재학생 밴드 ‘스미소니언’, ‘아카라카’ 응원단 공연, 포토존 폴라로이드 기념 촬영 등을 함께 즐겼다. 학생과 은사가 함께 캠퍼스를 돌아보며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눴다. 오채린 씨(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은사인 이아름 경기 정발중 교사가 학창 시절 ‘길을 잃었을 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생님을 여기서 뵈니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곽민서 씨(실내건축학과 2학년)는 고교 1학년 담임 교사였던 문을임 경기 고림고 교사를 초청했다. 곽 씨는 “선생님은 고교 3년간의 추억과 같은 분”이라며 “졸업 이후에는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제자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교직 생활의 보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채원 씨(영어영문학과 2학년)의 은사인 염명경 서울 명덕외고 교사는 “채원이가 고교 시절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 달래주고 위해줬던 기억이 난다”며 “연락을 받고 ‘교사를 했기에 이런 보람을 느끼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제자의 앞날을 응원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호 강원 신철원고 교사는 “제자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서 이 자리에 왔을까 생각해 보니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연세대가 학생들을 틀림없이 비상하는 독수리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선생님들께서는 바른 가르침을 전하는 오직 그 하나의 사명감으로 기꺼이 어려운 스승의 길을 걸어 오셨다”며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하며 스승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신 덕분에 연세대가 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연세대는 사제 간의 유대를 잇는 기회를 계속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