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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은행 절반 파산 가능성”… ‘연체 비상등’ 韓도 남 일 아니다

입력 | 2023-05-04 00:00:00

AP뉴시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최근 퍼스트리퍼블릭까지 두 달 새 미국 은행 4곳이 연쇄 파산하면서 은행 위기의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지역·중소은행들의 도미노 도산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1985년 설립된 퍼스트리퍼블릭은 자산 규모 14위 은행으로 성장했지만 SVB 폐쇄 이후 뱅크런에 시달리다가 붕괴 수순을 밟았다. 이 여파로 그제 뉴욕증시에서는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팩웨스트은행이 28% 폭락하는 등 미국 전역에 있는 중소은행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지역은행들을 모아놓은 지수는 약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이후 “은행 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했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아미트 세루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4800개 은행 중 절반 가까이가 자본 잠식에 빠져 잠재적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최악의 경우 1600여 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지역은행 부실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3분의 1이 중소은행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로 31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대형 기관투자가들조차 최근 오피스 담보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며 위기의 징후를 높이고 있다.

제2금융권의 115조 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천문학적 가계빚이 위기 뇌관으로 잠복해 있는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이미 8%를 넘어섰고, 은행·카드·저축은행·대부업 등 전 금융권에서 빚을 연체하는 한계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이 잘못 붙으면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미국발 은행 위기가 몰고 올 위험에 대비해 더 높고 강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특히 약한 고리인 제2금융권에 대한 리스크를 선제 차단하고 유동성·건전성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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