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최근 퍼스트리퍼블릭까지 두 달 새 미국 은행 4곳이 연쇄 파산하면서 은행 위기의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지역·중소은행들의 도미노 도산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1985년 설립된 퍼스트리퍼블릭은 자산 규모 14위 은행으로 성장했지만 SVB 폐쇄 이후 뱅크런에 시달리다가 붕괴 수순을 밟았다. 이 여파로 그제 뉴욕증시에서는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팩웨스트은행이 28% 폭락하는 등 미국 전역에 있는 중소은행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지역은행들을 모아놓은 지수는 약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이후 “은행 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했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아미트 세루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4800개 은행 중 절반 가까이가 자본 잠식에 빠져 잠재적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최악의 경우 1600여 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제2금융권의 115조 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천문학적 가계빚이 위기 뇌관으로 잠복해 있는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이미 8%를 넘어섰고, 은행·카드·저축은행·대부업 등 전 금융권에서 빚을 연체하는 한계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이 잘못 붙으면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미국발 은행 위기가 몰고 올 위험에 대비해 더 높고 강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특히 약한 고리인 제2금융권에 대한 리스크를 선제 차단하고 유동성·건전성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