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등록금 규제에 묶인 대학] 韓, 스페인-호주-日 등보다 낮아 해외 대학들, 물가상승 맞춰 인상 美사립대, 최근 10년간 19% 올라
국내 대학들이 15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을 받는 동안 선진국 대학들은 안정적인 재원으로 교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해외 명문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미국 스탠퍼드대의 학부 등록금은 연평균 6만1731달러(약 8261만 원)였다. 싱가포르 국립싱가포르대(NSU)는 5만2500달러(약 7025만 원)였다.
해외 대학들은 10년 동안 물가 상승에 맞춰 등록금도 인상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들은 교육부의 규제 때문에 동결해왔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공립 4년제 대학 등록금은 10년 전(2010년)보다 약 10% 인상됐다. 사립대는 같은 기간 19% 올랐다. 반면 한국은 서울대의 경우 2012년 인문대 등록금이 494만8000원이었는데 올해는 488만400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등록금을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다. 각 대학이 자체 이사회에서 등록금을 책정한다. 미국대학위원회(The College Boar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공립 4년제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은 2021년보다 1.8% 오른 1만940달러(약 1464만 원)였다. 사립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같은 기간 3.5% 오른 3만9400달러(약 5273만 원)였다.
영국은 ‘고등 교육 및 연구법’을 통해 등록금을 정부가 규제하지만 금액 폭이 한국보다 훨씬 넓다. 올해 등록금 상한은 연 9250파운드(약 1545만 원)다.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는 2012년부터 매년 최대 한도로 등록금으로 책정했고 정부도 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 앤드루 해밀턴 전 옥스퍼드대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주는 일류 대학은 그렇지 못한 대학보다 훨씬 더 높은 등록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진국 대학들이 이렇게 인상한 등록금은 학생 교육에 재투자됐다. 지난해 미 NBC뉴스는 “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해 ‘원격 교육’으로의 전환에 대비하고, 학생들에게 정신 건강 상담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옥스퍼드대는 등록금 인상으로 마련한 재원을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확충에 투입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