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녹취록과 쪼개기 후원금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사면 초가에 놓였다. 당 윤리위원회가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당 내에선 자진탈당과 출당 등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이런 당 내 분위기를 감안해 대통령 일정 참석을 이유로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해 태 최고위원의 언론 노출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을 야기한 태 최고위원에 대한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의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4일 오전 예정돼있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당은 취소 명분으로 대통령 일정 참가를 들었다. 하지만 내부에선 설화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 대상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참석을 피하기 위해서란 이야기도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3일 태 최고위원의 ‘공천 녹취록’ 의혹을 윤리위에 함께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당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태 최고위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 윤리위는 김 대표의 병합 요청에 예정에 없던 회의를 3일 열어 바로 병합 조치했다. 당 윤리위는 오는 8일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징계 수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가 강경조치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무수석과)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영호 죽이기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항변했다.
당은 현재 태 최고위원의 연이은 설화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태 최고위원이 초반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JMS 민주당’, ‘김구 김일성 통일전략’ 발언으로 논란이 됐을 때만 해도 탈북민이라는 특수한 처지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하는 여론이 당내에 형성됐다.
북한에서 받은 교육과 남한 정치에 적응하지 못한 점 등이 참착사유가 되는 듯 보였다.
해당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들을 향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본인에게 공천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외교정책을 잘 옹호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공천을 줄 위치도 아니고 그런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한 의원은 “지금 태 최고위원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게 한 두번이냐”며 “김재원 최고위원보다 더 심각하다. 김 최고위원은 자숙 후 조용히라도 있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태 최고위원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즉시 이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통령실의 정치개입”이라며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당에서는 태 최고위원이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저를 포함한 최고위원 누구든 일벌백계 읍참마속의 기조로 굉장히 엄하게 다뤄야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정부하고 대통령실, 당에 다 큰 부담을 준 거고 그 책임도 어쨌든 본인 의원실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태 최고위원이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 “둘 다 결과적으로는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이 굉장히 암울하게 만든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이 있다.
만약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1년’이란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받기 어렵다.
김재원 최고도 중징계가 예상되는 만큼 두 최고위원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 두 달만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중도하차하게 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