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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1차 책임은 ‘무자격 부동산중개업자’

입력 | 2023-05-04 12:19:00


최근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되고 있는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들이 적극 가담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관련한 대책 마련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인중개사와 부동산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의 책임이 집주인(임대인)보다 무자격 부동산중개업자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달랐다. 공인중개사 10명 가운데 4명은 직업윤리 상향을 꼽았지만 가장 많은 전문가는 중개대상물 소개정보가 확대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설 ‘부동산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전세사기에 대한 전문가의 인식현황과 제도 개선방안’)를 발표했다. 이를 위한 설문조사는 올해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중개업자 1409명과 부동산전문가 107명 등 15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여러 차례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방안이 단기적인 대책 위주여서 한계가 있고, 시장의 자정 능력을 통한 개선 대책을 마련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 전세사기 1차 책임은 ‘무자격 부동산중개업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사기 책임자에 대한 질문에 공인중개사와 전문가 모두 ‘무자격 부동산중개업자’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양측 모두 집주인(임대인)-분양대행사의 순으로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공인중개사는 책임자로 공인중개사를 전체 8개 선택지 가운데 7번째로 꼽은 반면 전문가들은 4번째로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려놔 적잖은 인식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공인중개사 역할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렸다. 공인중개사 10명 가운데 4명은 직업윤리 의식 상향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41%)고 대답했다. 이어 전문성 강화(22%)-시장모니터링 강화(21%)-중개대상물 소개정보 확대(16%)의 순으로 꼽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중개대상물 소개정보 확대(32%)를 선택했다. 이어 직업윤리 상향과 시장모니터링 강화(각 24%)-전문성 강화(20%)의 순으로 필요한 것으로 봤다.


● 공인중개사의 직업윤리 수준 평가 엇갈려
공인중개사들의 직업윤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양측 모두 보통(공인중개사·44%, 전문가·47%)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부정적인 평가에서는 양측이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매우 낮다(18%)거나 낮다(29%)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반면 공인중개사는 낮다(14%)와 매우 낮다(6%)가 20%에 불과했다.
이런 인식의 차는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세무사 등 8개 전문자격의 순위를 매기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양측 모두 가장 윤리수준이 높은 분야로 세무사를 꼽았지만,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를 2번째로 높은 순위에 올려놨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하위로 평가했다.

다만 양측 모두 공인중개사의 직업윤리 의식이 높아지면 전세사기 피해가 감소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윤리의식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생각이 달랐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가장 많은 응답자(39%)가 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지정을 요구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윤리위원회의 상벌 기준 강화(29%)를 제일 많이 꼽았다.


● 전문성 수준 평가도 서로 달라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양측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수준을 묻는 질문에 양측 모두 보통(공인중개사·48%, 전문가·58%)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두 번째 선택지로 공인중개사는 높다(36%)를, 전문가들은 낮다(22%)를 각각 찾았다. 공인중개사는 전문성이 낮다를 선택한 비율이 9%에 머물렀다. 반면 전문가들은 높다는 비율이 9%에 불과했다.

8개 전문자격증의 전문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를 2위에, 전문가들은 최하위에 각각 올려놨다. 1위는 양측 모두 변호사를 꼽았다.

다만 양측 모두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전세사기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양측 모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윤리와 전문교육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여의도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 2023.4.21/뉴스1 ⓒ News1




● 시대에 맞는 공인중개사 윤리헌장 만들어야
연구원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중개대상물 소개 정보 확대이다. 이를 위해 전세계약 전 전세사기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공인중개사에 전세사기 관련 정보 확인 권한 부여, 계약기간을 고려한 적정 전세가 판단 정보 제공 등과 같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직업윤리 제고를 위해선 공인중개사의 윤리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 윤리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을 강화하고, 시대에 맞는 공인중개사 윤리헌장의 개선과 세부 실천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성 향상을 위한 공인중개사 교육시스템 개선이다. 특히 다른 전문자격증에 비해 공인중개사는 실무교육이나 연수교육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 최근 전세사기는 깡통전세가 원인
한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세사기를 크게 ①깡통전세 ②대항력 악용 ③ 중요사실 허위고지 및 미고지 ④ 사기계약 ⑤ 무권리자의 계약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는 이 가운데 깡통전세에 해당한다. 풍부한 유동성에 높아졌던 주택가격이 최근 금리인상 등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떨어지면서 무리한 갭 투자를 진행한 주택들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①임대차보호법 등에 나타난 제도적인 허점 ②전문자격사(공인중개사)의 윤리의식 부족 ③ 정보의 비대칭 문제 ④ 시장 모니터링 기능의 취약 등 4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제도적인 허점은 상대적으로 개선책 마련이 쉽다. 하지만 전문가(공인중개사)의 윤리의식 및 전문성 부족 문제는 단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잡해지는 제도, 임대인의 재정 현황,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다변화하는 주택가격 등을 고려한 정보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