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최고 70층, 최대 용적률 800%까지 지을 수 있게 한다는 서울시 방침이 공개됐습니다. 현재 이 내용은 ‘여의도 아파트지구단위계획’이라는 이름의 문서에 담겨 서울도시계획포털(urban.seoul.go.kr)에서 볼 수 있는데요, 35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들어봤을 ‘지구단위계획’. 여의도를 사례로 지구단위계획이 뭔지 알아두고 앞으로 다른 지역 개발 소식이 발표될 때 활용해보시면 어떨까요?
도시계획(평면)과 건축계획(입체)을 함께 다루는 지구단위계획. 서울시 제공
Q. 지구단위계획이 뭔가요?
수립된 지구단위계획대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인근 지역과 도시 전체의 기능, 미관이 바뀝니다. 그래서 지구단위계획은 앞으로의 개발계획, 도시의 여건 변화, 미래 모습 등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죠.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공람안에 따르면 전체 59만9795.1㎡가 총 23개 획지로 나뉩니다. 구역 내 아파트 단지는 12개(광장아파트는 분리 재건축)지만 상가, 학교 등이 개별 구역으로 분리되면서 획지 수가 늘었습니다. 11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여의도 특별계획구역 내 아파트 구역. 동아일보 DB
Q. 지구단위계획이 왜 중요한가요?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 토지 이용은 물론 건축물 외관까지 다루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된 구역에서는 별도의 용적률 체계를 수립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2가지입니다. 먼저 상한 용적률 한도입니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고밀 개발이 가능합니다. 재건축에서는 용도지역 상향으로 ‘상한 용적률’ 한도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여의도의 경우 대부분 3종일반주거지역(법정 용적률 300%)인데 학교가 가까운 장미·화랑·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 등 4개 단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400%를, 나머지 8개 단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받습니다.
그 다음은 허용 용적률과 상한 용적률의 차이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상한 용적률’이 800%인 2개의 재건축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 단지에서는 ‘허용 용적률’이 350%이고 B단지는 420%입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두 단지가 ‘상한 용적률’까지 개발한다면 A 단지는 B단지보다 더 많은 토지 또는 건물을 공공에 내거나 임대주택을 지어야 합니다. A 단지 허용 용적률이 낮은 만큼 기부채납을 더 해야 상한까지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두 단지는 기부채납하는 토지·건물의 가치와 아파트를 공급해 얻는 분양 수익을 저울질해 최종 개발 밀도를 결정합니다. 재건축 이후 개발 밀도는 정비계획으로 구체화 됩니다.
역세권 복합개발(고밀주거) 용적률 체계. 자료: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 매뉴얼
Q. 용적률 말고 다른 내용은 없나요?
“지구단위계획은 건축물의 높이에 관한 내용도 다룹니다. 이번 여의도 아파트지구 공람안에 따르면 대다수 단지는 최대 높이 200m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평균 층고(바닥부터 위층 바닥까지의 높이)를 2.8m로 계산하면 약 70층 내외에 해당하는 높이입니다. 통경축 확보, 스카이라인 형성 등 경관적 조화를 확보하면 높이계획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한강변 첫 주동)은 15~20층 이하로 지어야 합니다. 다수 단지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규제인데 기존 15층 이하에서 20층 이하로 기준이 조금 완화됐죠.
왜 그랬을까요? 과거 서울시는 각 구역의 통합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지금의 목화아파트 자리에 국제금융중심지에 걸맞은 컨벤션 센터 등을 짓고 삼부아파트를 고밀 개발해 목화·삼부 주민이 같이 사는 아파트를 짓고자 했습니다. 또 장미·화랑·대교 아파트의 경우에는 화랑 아파트 자리에 문화공원을 조성하려고 했고요. 통합하는 경우 허용 용적률을 더 많이 주는 것이 인센티브였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재건축은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단지마다 사정이 다르다 보니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역시 재건축 이후의 최종 단지 형태는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계획으로 알 수 있을 예정입니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 서울시 제공
Q.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지구단위계획은 어떻게 다른가요?
“신통기획은 민간이 수립하는 정비계획에 공공인 서울시가 사전적으로 개입하는 제도로, 정식명칭은 ‘정비지원계획’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등 개별 정비사업 단지를 대상으로 하죠.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내에서는 시범·한양·대교·삼부 등 대다수 단지에서 신통기획에 참여해 개발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예시로 시범아파트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신통기획안을 먼저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사전에 참여해 만든 개발안인 만큼 큰 그림인 지구단위계획 공개 전에 발표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용적률 인센티브 허용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요?
“현재는 국토계획법에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건폐율, 용적률, 높이를 완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상황에 맞추기에는 다소 경직된 부분이 있는 점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는 인센티브 항목을 다양화해 지구단위계획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연구원에서 낸 ‘지구단위계획 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는 공원이 부족한 지역에 공원을 제공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높이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허용 용적률만큼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환산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죠.”
Q. 아파트가 아닌 곳을 대상으로 한 지구단위계획은 없나요?
“서울시의 북촌지구단위계획이 대표적입니다. 2008년 6월부터 서울시 종로구 북촌(가회동, 삼청동 등 일대 112만8372.2㎡) 일대의 경관 특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준이 상당히 엄격한데요, 이 구역 내에서는 프랜차이즈 입점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삼청동길 일부와 대로변인 율곡로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신 한옥을 지을 때는 건축물 높이 기준을 비한옥과 차별해 적용하고 건축 제한 규정 완화, 주차장 기준 완화 등과 같은 인센티브도 담았습니다. 만약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지구단위계획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가는 게 좋겠죠?”
북촌지구단위계획내 가맹사업 입지제한 구역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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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