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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가수 외도 접고 건강 전도사로 사는 게 즐거워요”

입력 | 2023-05-05 03:00:00

이홍열 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은퇴 후 사업과 가수 활동 등을 하다가 2001년부터 ‘이홍열 마라톤교실’을 열면서 ‘건강 전도사’로 돌아와 회원들과 함께 달리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양종구 기자


1984년 3월 제55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4분59초를 기록하며 ‘2시간15분 벽’을 깬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이홍열 운동치료연구원 원장(62)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 다소 굴곡 있는 삶을 살았다. 마라톤 지도자를 하다가 건설과 경영컨설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수로도 활동하며 음반을 4개 냈다. 하지만 2001년 모든 외도를 접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이홍열마라톤교실’을 열면서 다시 마라톤인으로 돌아왔다.

“참 먼 길을 돌아왔죠. 다른 일을 하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마라톤으로 돌아오니 포근하고 행복했습니다. 10년간 정체된 한국 최고기록을 넘어 2시간15분 벽을 깬 뒤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사랑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무료 마라톤교실을 열게 됐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마라톤 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이 원장은 “마라톤 하다 다치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해서 제대로 달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홍열이 무료로 지도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몰렸다. 한때 전국 18곳에서 마라톤교실을 운영했다. 1년 동안 참가 인원이 2만 명 가까이 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지도해 달라는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달리면 즐겁다는 뜻으로 ‘런조이닷컴’이란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양한 마라톤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달리는 게 쉬워 보이지만 동작이 잘못됐을 때 우리 몸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칩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주 힘든 과정입니다. 무릎 연골이 닳거나 파열되고 관절 인대가 찢어지기도 합니다. 몸이 앞이나 뒤로 기울어지지 않게 꼿꼿하게 서서 보폭을 11자로 해서 달려야 합니다. 착지 때 무릎은 살짝 굽혀져 있어야 합니다. 팔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흔들어줘야 하고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도 잘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달림이가 몸도 풀지 않고 바로 달리고 끝나고도 그냥 집으로 가죠. 아주 잘못된 습관입니다.”

이 원장은 ‘미스터 원칙’으로 불린다. 바른 자세로 즐겁게 달리도록 지도하는 게 제1원칙. 잘 달리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했다. 그의 지도로 각 대회에서 우승한 남녀 마스터스 마라토너가 많다. 이 원장은 모교 경희대에서 공부도 시작했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7년 스포츠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1호 박사’다.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며 척추 및 관절 전문가가 됐다.

“약 25년 전이었어요.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해 병원에 실려 갔는데 의사가 저를 알아보고 수술을 안 해주는 겁니다. 수술해도 소용없다는 겁니다. 양심적인 의사였죠. 그래서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꾸준히 운동해 허리 주변 근육이 강화되자 아프지 않았죠. 그래서 마라톤으로 돌아온 뒤 인체를 공부하고 싶었고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며 특히 허리 쪽을 집중해 연구했습니다.”

이 원장은 “디스크 환자 중 운동으로 회복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디스크가 터진다고 알고 있는데 대부분 디스크가 밀고 나오면서 약해진 주변 근육이 신경을 건드리면서 통증이 오는 것이다. 허리 주변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통증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수술 없이 운동으로 척추를 건강하게 해준다’란 소식에 이 원장은 여러 방송에서 강연하게 됐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젠 ‘건강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이 원장은 무료 마라톤교실을 4곳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마라톤에 걷기를 추가했다. 그는 “마라톤을 하다가 더 이상 못 달리는 분들을 위해 마련했다. 잘 걸으면 달리는 것만큼 운동 효과가 크다. 물론 마라톤 초보자들도 걷기부터 시킨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 및 걷기 교실을 돌아가면서 함께 달리고 걸으며 지도하고 있다. 평소 피트니스센터에서 주당 3, 4회 운동하고 있으니 거의 매일 걷고 달리는 셈이다. 그는 “환갑을 넘긴 지금은 풀코스는 꿈도 꾸지 않는다. 5∼10km를 달리거나 2∼3시간 10여 km를 걷는 것으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