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노니 강물과 바닷물이,
어찌 낭군의 정, 소첩의 마음과 비슷하리오.
믿음직한 조류(潮流)보다 못한 낭군의 정이 한스럽고요,
제 사랑에 비하면 바닷물도 깊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借問江潮與海水, 何似君情與妾心. 相恨不如潮有信, 相思始覺海非深.)
―‘낭도사(浪淘沙)’·백거이(白居易·772∼846)
남편으로부터 냉대받은 여인의 심사를 대변한 노래. 시인의 자연스러운 시적 충동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는 없고 항간에 떠도는 여인네들의 불평을 들었거나, 민간에 구전되는 노래를 좀 더 세련된 표현으로 승화시키려 했을 테다. 그도 아니면 관행에 따라 군주로부터 소외된 신하의 처지를 남녀 관계에 빗댄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시인은 군신 관계를 거론하면서 ‘사람으로 태어나 남의 부인[신하]은 되지 마시라. 백년 고락(苦樂)이 다 남[군주]에게 달렸으니’(‘태항산 산길’)라 비유한 적도 있다. 시에서 규칙적인 물때를 남녀의 애정 심리에 견준 것은 수향(水鄕) 특유의 발상임을 보여준다. 조류의 운행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기에 저들은 안정적이고 평온할 삶을 누릴 수 있다. 한데 남자의 마음은 영 딴판이다. 꼭 오마던 언약을 예사로 뒤집으니 종잡을 수 없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여자는 다르다. 한없이 깊다고 믿는 바다조차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에 비하면 얕을 정도다.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으니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클 수밖에.
‘낭도사’는 해석하자면 ‘파도에 씻기는 모래펄’쯤 되는데 곡명에 불과하므로 노래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시에서 낭군의 마음을 조류와 대비한 것으로 보아 ‘파도’와 작으나마 연관은 있다. 사(詞)라는 장르가 막 생성되기 시작한 당 중엽에 만들어진 노래라 그 형식이 기존의 7언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곡의 형태가 아직은 미성숙했다는 증거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