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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부담 크지만… “한은, 경기불안에 금리 동결할듯”

입력 | 2023-05-05 03:00:00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해외자본 유출-환율상승 위험에도, 韓성장률-수출부진에 둔화 지속
추가 인상땐 경기하강 부추길 우려… 추경호 “당분간 물가안정 기조 유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 위험이 아직 높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왼쪽 사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콘퍼런스 콜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기획재정부 제공


3일(현지 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1.75%포인트)로 벌어지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양국의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가 있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추가 긴축은 자칫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특별한 돌발 변수만 없다면 한은이 일단 금리를 지금처럼 계속 동결한 채 시장 반응을 더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역대 최대 금리 차에도 동결 가능성

연준이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서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이렇게 커지게 되면 한국에 머물던 글로벌 투자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위험이 커진다. 이 경우 수입 물가가 올라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 비록 이창용 한은 총재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무조건 따라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한은으로서는 이런 부작용들을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은이 한미 금리 차를 큰 폭으로 유지하는 것에 따른 부담은 어느 정도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환율과 외국인 투자 동향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은이 25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국내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0.3%)은 민간 소비 개선의 영향으로 간신히 역성장을 면한 수준이고,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도 14개월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온 만큼,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중소형 증권사나 일부 한계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금융 불안이 확산될 여지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금리 인상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한은이 결국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시장 불확실성 경계”
정부는 당분간은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한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물가 상승을 야기할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며 “당분간은 일관되게 물가 안정을 확고히 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 부양으로 전환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한미 금리 차 확대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경계감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전 거래일보다 15.4원 떨어진 1322.8원에 마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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