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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韓, 반도체 규제 포함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

입력 | 2023-05-05 16:44:00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보안 조사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중국 내 반도체 판매 확대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미 반도체 규제 전선에 균열을 일으키려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미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본다는 프레임 자체가 부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그레고리 앨런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를 조사하는 것은 미국 주도 수출 규제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당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에 대해 중국이 마이크론 퇴출로 보복할 경우 33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에 이르는 마이크론 중국 매출 상당 비중이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규제 동참을 막기 위해 마이크론을 타깃으로 삼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마이크론 퇴출을 결정할 경우 한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판매 확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연구원은 또 “한국은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정책에 감사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수출 규제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 중국 주요 경쟁사들이 큰 차질을 빚게 됐으며 중국에서 이뤄졌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 확대도 한국 땅에서 이뤄질 계획”이라고 했다. 수출 규제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국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포함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한국 기업이 볼 이득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높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 D램 시장 점유율 14.5%,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3.2%, 33.5%, SK하이닉스는 34.6%, 15.2%다. 수요 부진으로 고객사가 쌓아놓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줄지 않고 있는 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 매출이나 점유율을 확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본다는 프레임 자체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각종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추가로 확보해야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