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에 대한 편견 버리고 읽으면 세계관 확장되는 귀한 경험 하게 돼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박애진 지음/232쪽·1만5000원·읻다
5월이다. 하늘은 푸르고 연휴도 많고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은 계절이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니 나만 친구가 없고 어디를 가려고 해도 예약이 꽉 차 있다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을 펼쳐 보자.
여기서 ‘비적단’은 비적(匪賊)이 아니고 날아다니는 비적(飛賊)이다. 박애진 작가는 작품 후기에 공중전 장면을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과연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글라이더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이 하늘에서 종횡무진 쫓고 쫓기는 가운데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보라 소설가
뭐든지 연습하면 느는 법이다. 타인이 상상한,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으면 여러 이야기와 다양한 맥락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위 말하는 ‘문해력’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상상력과 그런 이야기의 힘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들고 영화 ‘기생충’을 만든다. 지금은 상상력의 시대다.
모든 모험소설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성장 또한 아이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알리바바와…’에서 주인공들은 좌절과 배신, 공포와 절망, 협상과 탐색을 겪으며 좁디좁은 아집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운다. 여기에 나타나는 인간의 드라마는 환상소설이라 해서 여타 문학 작품들과 다르지 않다. ‘알리바바와…’는 잠시의 기분 전환, 여행의 대리 만족, 장르문학 맛보기, 민족의 운명을 건 전쟁의 대서사시, 작살이 허공을 가르는 글라이더 공중전까지 모든 요소를 갖춘 다채로운 작품이다. 화창한 5월을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정보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