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마을/도미니크 포르티에 지음·임병주 옮김/216쪽·1만6800원·비채
‘은둔과 고독의 시인’ ‘뉴잉글랜드의 수녀’ ‘베일에 싸인 미국 문학계의 천재’….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을 수식하는 표현이다. 1800편에 달하는 시를 짓고도 생전에 단 10편, 그것도 익명으로 내놓은 미지의 시인. 사람에 대한 상처로 세상을 떠나기 전 35년 동안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자신이 만든 정원 속으로 침잠한 여인. 그러면서도 그는 사랑과 삶, 죽음에 대한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소설가인 저자는 미국이 사랑하는, 그러나 여전히 삶의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는 시인 디킨슨의 흔적을 좇는다. 디킨슨의 삶을 살펴보는 전기문학이지만 소설과 산문,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형식을 띤다.
디킨슨의 삶을 영화처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저자는 “독자들이 내 상상의 결과물과 실제 디킨슨 삶의 일화를 구분할 수 없다면 잘된 일”이라고 했다. 책은 참신한 형식과 문학성을 인정받아 2020년 프랑스 르노도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