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뇌신호로 ‘임사체험’ 연구 심정지로 숨진 환자 뇌파 분석 상태 악화되자 감마파 활성화
동아DB
죽었다 살아난 이른바 ‘임사체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증언에 공통점이 있다. 밝은 빛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이런 임사체험과 관련된 뇌 신호를 포착했다. 죽음에 다다를수록 특정 뇌 신호가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모 보르지긴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의 특정 뇌 신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임사체험은 죽음에 임박해 겪는 경험을 뜻한다. 영적 존재를 만나거나 몸이 붕 뜨는 등의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 과학자들은 뇌 활동을 분석해 임사체험의 근원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심정지로 병원에서 숨진 4명의 환자가 남긴 심박수와 뇌전도(EEG) 뇌파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자극에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해 가족이 생명 유지 장치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다.
분석에 따르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자 심박수가 늘어나며 뇌의 감마파 활동이 급증했다. 심장 상태가 악화되자 오히려 뇌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한 환자의 경우 감마파가 약 300배 증가했다. 감마파는 뇌 뒷부분의 후두엽과 두정엽, 측두엽 간 연결 부위인 ‘의식의 신경상관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감마파가 발생하는 뇌 부위까지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르지긴 교수는 “이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환자가 무언가를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죽어가는 뇌가 여전히 활동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심정지 동안 뇌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분석 대상이 된 4명의 환자 중 2명의 환자에게서 뇌 활동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감마파 활동이 포착된 환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