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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DNA, 바이오에”… 글로벌 협력 강화

입력 | 2023-05-08 03:00:00

대통령 사절단 방미후 현지 남아
존슨앤드존슨 등 제약사 CEO 만나
R&D 협력-파트너십 구축 모색
삼바 작년 매출 국내 첫 3조 넘어… 올해 4공장 완전가동 등 성장 박차




삼성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일궈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 동안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리더들과 연쇄 회동을 가지면서 파트너십 강화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최근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전문 투자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회장이 만난 이들은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조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바커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이다. 미팅에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출국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경제 사절단으로 참여한 뒤 곧바로 현지 비즈니스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약사들과 회동한 뒤 북미 판매법인을 찾아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성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이 직접 세계 바이오 리더들과 만난 것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에서 구축해 온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바이오 분야에도 이전시킬 필요가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생산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뿐만 아니라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다”며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을 믿어 달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반도체, 이차전지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를 그룹의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2011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2012년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전문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3조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4%가 늘어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 매출 3조 원을 넘긴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9836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209억 원, 1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0%, 8.7%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송도 4공장을 부분 가동하며 글로벌 CDMO 분야 1위로 올라섰다. 최대 24만 L 규모의 4공장이 올해 중 전체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생산 규모는 60만4000L에 달한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특히 글로벌 주요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이번에 만난 J&J는 글로벌 3위의 ‘톱 티어’ 제약사로 삼성과는 2016년 CDMO 계약 체결 이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BMS는 2013년 당시 CDMO 후발 주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의약품 생산 계약을 체결한 첫 번째 고객이기도 하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 투자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은 2021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모더나에 투자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설립했던 인연을 갖고 있고, 오가논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미국 및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